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을 둘러싼 갈등을 포함해 미-중 ‘신 경제·외교냉전’이 고조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홍콩에 대한 경제 특별지위 박탈마저 임박하면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이 쏠린다.
■ 위안·원 가치 동시 절하 중
중국 인민은행은 28일 오전 위안화 중간 기준환율(상하이 역내시장에서 등락폭 ±2% 제한)을 전날(1달러당 7.1092 위안)보다 0.26% 오른 7.1277 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날 오전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는 오전중 달러당 7.1845 위안으로, 전날의 사상 최저점(7.1966)보다 소폭 평가 절상됐다. 전날 밤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7.1966 위안까지 급락(환율 상승)하면서 홍콩 역외시장 개설(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에서는 미-중 긴장 고조로 며칠 안에 7.2000 위안까지 상승(평가 절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긴장이 높아지고 홍콩 지위문제까지 돌출하면서 중국 당국이 환율을 ‘협상 카드’로 이용하고 시장의 위안화 약세 흐름에 개입하지 않는 모양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론상으론 세계시장에서 중국산과 다툼을 벌이는 우리 제품의 상대적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 구조와 여건이 예전과는 꽤 달라졌다는 게 변수다. 한국은행의 중국경제팀 쪽은 “코로나19로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들어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돼 왔고, 이에 따라 상대통화인 우리 원화도 큰폭의 약세를 지속중”이라며, “위안과 원화 통화 모두 가치가 절하되고 있는터라 가격경쟁력 측면만 볼때 중국산 제품의 위안화 절하 효과는 세계시장에서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수출제품이 당장 중국산에 크게 밀리게 될 충격은 과거에 견줘 줄었다는 얘기다. 원화가치는 올들어 저점(1월13일 1달러당 1156.00원)에서 꾸준히 올라 이날 1239.60원을 기록했다. 저점 대비 7.2% 절하된 수치다. 27일 위안화는 올해 저점(1월17일 1달러당 6.8594 위안) 대비 4.9% 평가절하됐다. 원화 절하폭에 따른 한국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중국산보다 오히려 더 커진 셈이다.
21세기 들어 각국 수출제품 경쟁 구도에서 가격외에 비가격 요인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도 또다른 수출 환경 변화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최근들어 세계시장 경쟁에서 환율·통화의 가격요소 영향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며 “각국 경제 성장과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브랜드·기술·품질 등 비가격 요인의 결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견줘 위안화 변동(절하)이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효과는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 “특별지위 박탈되면 거래비용 늘어”
하지만 홍콩 특별지위 박탈 이슈는 우리 수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생적 충격이다. 미국은 홍콩 반환(1997년 7월) 이후 50년 자본주의 경제를 보장받은 홍콩에 대해 고도의 반(半)자치를 누리는 특별행정지역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홍콩은 △홍콩산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감면) △투자·무역 우대 등 5가지 특별대우를 누리고 있다. 만일 미국이 이 지위를 박탈하면 한국의 대수출 4위국(2019년 319억1천만달러)인 홍콩 시장으로 향하는 반도체·화장품·농산물 품목 등에 걸쳐 직접 피해가 우려된다. 홍콩 시장에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은 90% 이상이 중국 본토로 재수출된다. 수입 검역·통관이 까다롭지 않고 금융조달·물류 인프라가 잘 구축된 홍콩을 중국행 중계·가공무역의 경유지로 활용해온 셈이다. 무역협회 쪽은 “특별지위가 박탈되면 우리 기업마다 기존 거래선을 조정해야 하기에 거래비용이 늘어날 것이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반도체는 대응 역량이 있지만, 화장품(2019년 3억4천만달러)·농수산물(1억달러) 품목 등을 홍콩에 주로 수출해온 중소·중견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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