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에이치디시(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에 대한 ‘원점 재협상’ 요구한 뒤 여진이 길다. 10일 채권단이 현산에 “보도자료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달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낸 데 이어, 아시아나항공은 11일 불성실한 피인수기업으로 매도되자 이를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아시아나항공은 인수준비단 및 현산의 경영진이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하고 투명하게 제공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현산이 9일 보도자료로 언급한 재무상태의 변화, 추가자금의 차입, 영구전환사채의 발행 등과 관련된 사항은 그동안 거래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신의성실하게 충분한 자료와 설명을 제공하고 협의 및 동의 절차를 진행해 왔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지난 9일 현산이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4월 이후 두 달간 약 11회에 이르는 공문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등의 정확한 현재 재무상태 및 전망, 계약 체결일 이후 추가자금 차입 규모의 산정 근거, 차입 조건, 영구전환사채로의 변경 조건 등 중요한 자료의 제공을 포함하는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하였으나,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현산은 또 추가자금 차입 등이 “사전동의 없이 이사회에서 승인됐다”며 “명시적인 부동의에도 아시아나항공은 후속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아시아나항공 쪽은 매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인수되는 기업이 다른 의견을 내면 자칫 잡음으로 비칠 수 있어 9일 이후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침묵을 지키기에는 현산의 자료가 기정사실로 굳어질 수 있다고 보고 이같은 입장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현산의 전격적인 재협상 요구 발표에 채권단(산업은행, 수출입은행)도 10일 “현산 쪽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달라”고 답변하면서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현산 쪽의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현산과 채권단간의 기싸움 기류로 흐르는 것과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산과 채권단) 양쪽의 입장이 이해가는 부분도 있고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 그런 상황은 아니지만,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을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며 “협상의 조건이 결렬되는 것인지 그런건 모르겠지만 일단 당사자들 간 만나서 대화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간산업안정자금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수합병(M&A)이 완전히 마무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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