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사무총장을 새로 선출하는 일정을 본격 시작했다. 이집트·멕시코·나이지리아 3개국이 일찌감치 후보를 냈고, 우리 정부도 다음달 초까지 후보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 정부 안팎에선 김현종(61)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전 통상교섭본부장)과 유명희(53) 현 통상교섭본부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정부는 한국이 코로나19 모범방역국이며 무역자유화와 세계무역기구 개혁을 선도적으로 주창해온 대목을 강점으로 판단한다.
15일 세계무역기구 누리집을 보면, 사무총장 입후보자 등록은 지난 8일 시작됐다. 마감은 다음달 8일이다. 압둘하미드 맘두흐 전 세계무역기구 서비스투자국장(이집트)과 헤수스 세아데 쿠리 전 세계무역기구 및 가트(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부사무총장(멕시코),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나이지리아) 3명은 이미 등록을 마쳤다.
한국도 후보자를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정부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국익을 최대화하면서 통상 역량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대응해나갈 예정”(산업통상자원부)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복수의 산업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후보를 내는 쪽으로)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한다.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등록 마감 시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각국이 어떤 후보를 추가로 낼지 그 동향도 살펴봐야 한다. 우리 후보를 낸다면 누구로 정할 것인지도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무총장 선출은 회원국 간 정치적 판단으로 결정되는 측면이 강하다. 이에 상대 후보자들을 보고 각축 판도를 계산하고 확인해본 뒤에 ‘한국 출신’이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최종 결정해 추천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김현종·유명희 두 전·현직 본부장이 자국 우선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맞서 자유·개방무역과 세계무역기구 개혁을 선도적으로 주창해왔다는 점에서 회원국들의 지지를 받아 승산이 있을 거라고 신중하게 계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한 1995년 이후 역대 사무총장은 아일랜드·이탈리아·뉴질랜드·타이·프랑스·브라질 출신이 한번씩 맡았다. 정부 관계자는 “사무총장 순서가 대륙별로 사전 배정되는 건 아니다. 회원국 사이에 협의와 동의를 통해 선출할 뿐”이라고 말했다. 회원국들의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를 차례로 탈락시키는 절차를 반복한 뒤, 최종 단일후보자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사무총장을 선출한다. 세계무역기구 사무국은 후보자 등록이 끝난 뒤인 7월22~23일 일반이사회 특별소집 일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입후보자들이 모두 모여 각자의 소견을 밝히고, 이어 한두달간의 선거 캠페인에 돌입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오는 9~10월께 새 총장이 선임될 공산이 높다.
차기 사무총장 선출은 호베르투 아제베두(브라질) 현 사무총장이 지난 5월 남은 임기(내년 8월31일) 만료 전인 오는 8월31일자로 중도 사임할 계획을 돌연 발표하면서 일정이 시작됐다. 아제베두 총장은 2013년 9월부터 7년째 재직하고 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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