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중국 대체할 투자지역 아세안 뜬다
무협 ‘아세안 점검’ 보고서…25개 지표 비교우위 평가
무협 ‘아세안 점검’ 보고서…25개 지표 비교우위 평가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 등 아세안 5개국의 경제·정책·사회적 비즈니스 투자환경이 각종 평가지표에서 중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생산요소 비용 상승과 미-중 통상 분쟁으로 각국 기업의 탈중국 현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안정적 생산거점이자 대체 투자·생산기지로 아세안이 부상하고 있다.
12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아세안 투자환경 점검’ 보고서는 아세안 5개국(말레이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과 중국의 투자 환경을 총 25개 항목지표(성장률·1인당 구매력·국가 신용도·임금 대비 생산성·정책 신뢰도·관세율·생산가능인구 비율·도로 인프라 등)에 걸쳐 평가하면서 상대적 비교우위를 매겼다. 평가 지표는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이 집계한 최근 5년 평균값을 사용했고, 각 지표별 순위에 점수(1~6점)를 부여한 뒤 합계를 산출해 국가별 비교우위 분야를 파악했다. 아세안국가 중 금융업이 주류인 싱가포르는 분석대상에서 제외했다.
분석 결과, 시장 매력도·시장 안정성·생산 효율성을 평가하는 경제적 측면(성장률·시장규모·1인당 구매력·국가 신용도·제조업 임금비용·임금대비 생산성 등 지표)에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중국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시장규모·구매력 등에서 우수하지만 가파른 임금 상승 여파로 생산비 측면의 경쟁력이 후퇴하고 있다. 베트남은 산업생산 증가율과 제조업 임금수준에서 모두 최고점을 받아 생산 측면 효율성이 아세안 5개국 중 가장 앞섰다.
정책적 측면(정책 신뢰도·영업이윤 대비 세율·보호무역조처·가중평균 관세율 등 지표)은 정부정책과 투자무역 제도를 평가했는데 아세안 대부분이 중국보다 안정적인 환경을 보유하면서 중국 대비 우위를 보였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영업이익 대비 총세율, 가중평균 관세율, 보호무역조치 등 평가지표 전반에서 양호했다. 사회적 측면(생산가능인구 비율·도로 인프라·인터넷 사용률·전력수급 등 지표)에서는 산업인프라 및 창업 환경에 강점을 지닌 말레이시아·태국이 사회적 항목 총합계 점수에서 중국(우수한 인적자본 보유)과 대등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최근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아세안지역에 빠르게 집중되면서 중국을 추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세안지역 투자규모는 최근 9년간(2010~2019) 연평균 8.9% 늘어나 대중국 투자증가율(5.2%)보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아세안 직접투자(FDI) 금액은 95억5천만달러(2019년)로 대중국 직접투자(58억달러)보다 37억5천만달러나 많다. 아세안 지역으로 유입된 한국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중 베트남·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3개국 비중은 지난해 88.6%로, 2010년(50.1%)에 견줘 3개국 투자 집중도가 심화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자료를 보면, 한국 기업의 아세안 현지 투자수익률은 2014년(8.5%)에 중국 투자수익률(24.6%)에 훨씬 못미쳤으나 2018년에는 역전돼 아세안(12.4%)이 중국(9.4%)을 추월했다. 2018년 국가별 투자수익률은 싱가포르(39.7%)·베트남(22.2%)·태국(14.4%) 순으로 높았다. 또 한국기업 중에 아세안 진출 현지법인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 2.0%에서 2018년 3.4%로 성장한 반면 중국 진출 현지법인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 4.6%에서 2018년 3.2%로 후퇴했다. 중국의 임금·토지·용수·전력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생산비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아세안 국가 중 영업이익률 증가폭이 가장 큰 국가는 인도네시아로 최근 4년간 7.7%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필리핀은 영업이익률(2014년 5.7%→2018년 -3.6%)과 투자수익률(2014년 11.0%→2018년 -64.2%)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 세계적인 외국인직접투자 감소세(2010년 대비 2018년 증가율 -4.3%)에도 불구하고 아세안지역 외국인 투자는 2015년~2018년에 연평균 증가율 9.2%를 기록했다. 중국지역으로의 외국인 투자유입액 증가율은 이 기간에 0.8%에 그쳤다. 특히 전세계의 대아세안 직접투자액 중에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0.3%에서 2018년 13.7%로 증가했다. 다른 주요국의 같은 기간 비중 변화폭(중국 2019년 6.5%·2014년 대비 +1.3%포인트, 한국 3.9%·-0.1%포인트, 미국 5.3%·-11.0%포인트)을 압도한다. 보고서는 “중국내 임금 상승, 미-중 통상분쟁으로 탈중국화가 심화되는 와중에 코로나19로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글로벌 경제 변동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마다 ‘중국투자 쏠림’을 완화하고 생산네트워크를 다변화하고 있다”며 “저임금 추구형 해외진출 기업들은 해외생산 전략에서 중국 위주의 투자 일변도에서 벗어나 아세안 지역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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