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경기도 이천공장의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반도체 쾌속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제품과 서비스 수요 확대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 기대를 웃도는 영업실적을 내놓고 있다.
■“서버와 그래픽 제품 판매 확대”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23일 지난 2분기(4~6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조6065억원, 1조9467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기간 하루 220억원꼴로 이익을 거둔 셈이다. 전 분기보다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143%나 늘어났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11%대에서 23%대로 뛰어올라 수익성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에 견줘선 매출은 1.3배, 영업이익은 세 배 남짓 불어났다. 이번 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평균 영업이익 전망값은 1조7398억원이었다.
클라우드 등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차진석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모바일 제품 수요는 부진했지만 상대적으로 수요와 가격 흐름이 견조했던 서버와 그래픽 제품의 판매를 확대해 이를 상쇄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스마트폰 시장 축소로 부진한 모바일용 메모리 판매를, 클라우드·피시(PC)·게임기용 메모리가 메웠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호실적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철강·항공·유통 등 상당수 업종이 고전 중이지만 반도체 업체들은 연일 깜짝 실적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영업이익(8조1천억원·잠정)을 내놓은 데 이어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티에스엠시(TSMC)도 이번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71.8% 늘어난 약 43억8200만달러(한화 약 5조2500억원)라고 발표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의 올해 3~5월 실적(영업이익 약 1조1700억원)도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환경으로 서버용 수요가 급작스럽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반도체 업황 사이클로 보면 올해부터가 호황이 시작되는 시기였는데 코로나19로 모바일 수요가 줄면서 오히려 덜 성장한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뉴딜’ 수혜 기업 꼽혀 앞으로의 실적 전망도 비교적 밝은 편이다. 특히 정부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뉴딜’ 계획의 수혜 기업 중 하나로 에스케이하이닉스가 꼽힌다. 차진석 부사장은 “내년에는 본격적인 5세대(5G)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두 자리수 이상의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가 예상된다. 정부와 기업체의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 가속화로 서버용 메모리 수요 성장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회사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올 하반기에 재고 부담 등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엘지(LG)디스플레이는 이날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지난 2분기에 매출은 전분기 견줘 12% 늘어난 5조3070억원이었으나 영업손실 폭은 2천억원 가까이 불어난 5170억원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1분기 이후 줄곧 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쪽은 “글로벌 수요 불확실성과 전방산업 위축에 대응한 티브이와 모바일용 패널의 생산조정으로 고정비 부담이 확대되고 전 분기 대비 엘시디(LCD) 패널 판매값이 하락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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