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공적재단이 500억 기금 마련…저개발국 바이오 공적원조 나서
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가 내년 한국기업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세계 수준의 의료 기술력을 앞세워 ‘착한 백신’을 개발하는 노력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저개발국가의 감염병 연구개발 등을 지원하는 비영리민관협력기구 ‘‘라이트펀드’(right fund·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는 2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빌 게이츠 부부의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이 한국바이오기업의 역량과 세계 공중보건에 기여할 잠재력을 인정해 최근 ‘라이트펀드’ 기금 확대를 우리 정부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애초 2023년 현재의 두배 규모 연구지원사업을 계획했지만, 기금 참여가 확산하면서 사업확대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라이트펀드는 주로 돈이나, 의료기술이 부족한 저개발국가를 위해 국내 기업이 백신·치료제·진단기술 개발에 나설 경우 연구개발비를 지원할 목적으로 지난 2018년 조성됐다. 오는 2022년까지 우리 정부가 주도해 보건복지부의 공적개발원조(ODA) 250억원을 먼저 약정해 기금을 내고 있고, 뜻을 같이한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이 연구기금 125억원을, 엘지화학·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녹십자·종근당· 제넥신 등 국내기업 5곳이 125억원을 보태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일부 수익성을 포기하더라도, ‘케이(K)바이오’의 기술력을 활용해 저개발국가 공중보건문제 해결에 구실을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바이오벤처기업 바이오니아가 매년 2억5천만원을 출연하기로 하는 등 국내기업 3곳이 추가로 합류했다.
기업으로선 회삿돈을 써가며 수익성 낮은 사업을 벌이는 셈인데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엘지화학 쪽은 “이미 유엔(UN), 빌게이츠재단, 세계보건기구(WHO)와 글로벌 백신 공급자나 업무 협조 파트너로 구실을 해왔다”며 “국제사회 공익에 기여할 소중한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 쪽도 “기업이 이윤없이 운영할 수 없지만, 이윤만 갖고 운영하는 것도 아니”라며 “정부와 신뢰구축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했다”고 설명했다.
라이트펀드는 지금까지 백신·진단기기 개발 등 22개 연구과제에 모두 280억원 규모의 지원금 지급을 확정했다. 김경원 라이트펀드 홍보실장은 “세계적인 감염병 연구와 공중보건에 기여할 뿐 아니라, 기업들로선 기술 우수성을 알리고 세계시장 개척에도 구실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