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그룹 22년간 계열사 변동 살펴보니]
삼성·현대차 합친 것보다 많아
계열 제외도 빈번하게 일어나
외환위기 직후 삼성·SK 몸집 불려
금융위기 뒤 삼성·현대차·SK 주도
최근 3년 SK·한화 거침없는 질주
삼성·현대차 합친 것보다 많아
계열 제외도 빈번하게 일어나
외환위기 직후 삼성·SK 몸집 불려
금융위기 뒤 삼성·현대차·SK 주도
최근 3년 SK·한화 거침없는 질주
삼성·현대자동차·에스케이(SK)·엘지(LG)·한화의 소속 계열회사 수는 지난 22년간 두 번의 경제위기를 지나면서 3차례에 걸쳐 큰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1~2002년엔 삼성·에스케이에서, 금융위기 직후인 2010~2011년에는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에서 계열사 변화가 컸다. 최근 3년 동안에는 에스케이·한화가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에스케이는 2016년부터 계열사 확장에 속도를 붙이며 올해 125개로 삼성과 현대차 계열사를 다 합친 것보다 계열사 수가 더 많다.
17일 <한겨레>는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 변동 현황’(매년 5~7월 기준·공정거래위원회)을 외환위기 때인 1998년부터 올해까지 5개 제조업 주력그룹(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한화) 중심으로 살펴봤다. 그 결과 모두 세 번의 뚜렷한 확장주기가 발견됐다.
제1차 확장기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0~2001년이었다.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된 현대차가 계열사 16개를 거느린 재계 순위 5위(자산총액 기준)로 처음 등장하는 등 재벌 격변이 일어나던 때다. 1년 새 에스케이는 41개(2000년)에서 64개(2001년)로 단숨에 계열사 20여곳을 늘렸다. 신세기통신·넷츠고·대한송유관공사·에스케이에버텍 등 통신, 에너지, 화학 부문 등 여러 업종에 걸쳐 새 계열사가 등장했다. 최태원 회장이 총수(동일인)로 취임(1998년 9월)한 지 2년가량 지난 시점이다. 이 변동기에 삼성도 계열사를 48개에서 64개로 늘렸다. 삼성차를 계열에서 제외하고, 이(e)삼성인터내셔널·가치네트·크레듀 등 16개 회사를 분사 등의 형태로 신규 편입했다. 반면 엘지는 2001년 44개, 한화는 27개로 전년에 비해 2~3곳만 늘어나는데 그쳤다.
1~2차 확장기 사이에는 에스케이 ‘나홀로 확장국면’도 있었다. 에스케이는 2001년 이후 매년 계열사 수 50~60개를 오가며 정체를 보이더니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 또 한 번의 계열사 불리기에 들어선다. 최 회장 취임 10년째인 2008년 계열사(88개)는 1년 새 28개나 급증했다. 그룹별로 계열사가 가장 많았던 때는 삼성 2012년(84개), 현대차 2011년(62개), 엘지 2016년(76개), 한화 2020년(86개)이다. 2008년에 에스케이는 다른 그룹의 역사적 정점 때보다 더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셈이다.
제2차 확장기는 2010~2011년이다. 에스케이·삼성·현대차 모두 당시 1년간 계열사를 20여개씩 늘렸다. 에스케이는 75개(2010년)→95개(2011년), 삼성은 66개→82개, 현대차는 42개→62개로 늘렸다. 상위 3개 재벌이 급속 확장할 때 엘지·한화 계열사는 5~6개만 증가했다. 제2차 확장 파동기에 삼성은 삼성메디슨·삼성바이오로직스·에스티엠 등 의료·화학 중심으로, 현대차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현대에너지·현대머티리얼·현대스틸산업 등을 그룹 내로 편입했다. 에스케이도 의료·화학을 축으로 에스케이바이오팜·에스케이이노베이션·에스케이종합화학·아로케미·그린아이에스 등을 계열에 편입했다.
제3차 확장기는 에스케이 독주 양상이 확연한 ‘2017년 이후’다. 에스케이 계열사는 2016년 86개에서 2017년 96개→2018년 101개→2019년 111개→2020년 125개로 숨 가쁜 확장을 매년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 취임 20년을 전후로 ‘에스케이 질주’가 계열사 수에서 나타나는 모양새다. 최근 3년간 계열 신규 편입만 58개사(사명에 ‘행복’이 붙은 사회적경제기업 8개 포함)로 지금의 삼성 계열사 수(59개)와 거의 같고 현대차(54개)보다 더 많다. 계열 편입뿐 아니라 계열 제외도 빈번하다. 이 기간에 계열 제외는 29개이다. 총 87개 계열사에서 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에스케이실트론·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나노엔텍·코스코가스텍·전남해상풍력 등 에너지·바이오·반도체·화학 계열사들이 편입됐고 에스케이증권·에스케이해운·에스케이신텍·에스케이테크엑스 등이 계열 제외됐다.
한화도 3차 확장기에 올라타고 있다. 한화 계열사는 2016년 56개에서 2017년 61개→2018년 76개→2018년 75개→2020년 86개로 늘었다.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부문이 확장을 이끌고 있다.
반면 2017년 이후 삼성은 60개 안팎, 현대차는 50개 안팎, 엘지는 70개 안팎을 오르내리며 별다른 변동이 없다. 롯데도 2018년에 가장 많은 소속 계열사(107개)를 보유했으나 그 뒤 매년 10개가량씩 줄어 현재는 86개다.
지난 22년을 통틀어 보면, 1998년에 견줘 현재 계열사 수는 삼성 62개→59개, 현대차 16개(2001년)→54개, 에스케이 42개→125개, 엘지 53개→70개, 한화 30개→86개이다. 줄어들거나 소폭 증가엔 그친 삼성·엘지는 전자·화학부문을 중심으로 그룹사업을 집중하는 반면, 에스케이·현대차·한화는 바이오·미래차·신재생 등 신기술·신산업으로 확장을 도모한 결과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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