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5년간 조사해온 한화그룹 총수 일가의 전산서비스 관리 등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곤란’과 ‘정상가격 입증 부족’을 이유로 최종적으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번 건 주심을 맡은 윤수현 상임위원은 “이번 건으로 앞으로 시스템통합(SI) 업체와의 합리적 고려 없는 거래에 대해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행위 적용이 면제되는 건 아니다”고 선을 긋고, “공정위가 조사나 모니터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므로 잘못된 시그널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전원회의에서 한화그룹 계열사를 통한 총수 일가 사익편취 건 가운데 데이터 회선과 상면(전산장비 설치공간) 서비스 거래 건은 ‘무혐의’,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 거래 건은 ‘심의 절차 종료’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공정위 사무처 기업집단국은 지난 2015년 국회에서 한화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지자 조사에 착수했다. 2015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한화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김승연 회장 아들 3형제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가진 시스템통합(SI) 계열사 한화에스앤씨(S&C·현 한화시스템)에 일감과 이익을 몰아줘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다. 기업집단국은 한화 등 23개 계열사가 한화S&C에 데이터 회선 사용료를 비싸게 지급했고, 27개 계열사는 상면 관리 서비스 이용료를 고가로 줬다고 봤다. 또 22개 계열사는 거래 조건을 합리적으로 따지지 않고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도 없이 한화S&C에 1055억원 규모의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AMS)를 맡겼다고 의심했다. 2019년과 2020년 현장 조사 때 한화시스템과 소속 직원 5명이 자료를 삭제하거나 화물 엘리베이터를 통해 빼돌리는 등 조사방해 행위를 한 것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기업집단국은 여섯 차례의 현장 조사를 포함해 5년간 진행한 조사에도 ‘결정적인 증거’를 잡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 전원회의는 이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거나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데이터 회선 사용료나 상면 관리 서비스 이용료는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정상 거래가격 입증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무혐의로 결정했다. AMS는 “관련 시장의 통상적인 거래 관행과 그룹 혹은 총수 일가의 관여·지시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보고 심의 절차 종료로 결정했다.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한화시스템 직원들이 은닉한 자료를 향후에 다시 제출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해당 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판단할 수 없어 미고발 처리키로 했다.
사무처가 조사한 사건에 대해 전원회의에서 무혐의 결론을 내린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사무처 기업집단국 담당 사건에 대해 전원회의에서 무혐의, 심의절차 종료 결론이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근성 공정위 내부거래감시과장은 “관련 업체가 31곳에 이르고 시스템통합 거래의 특성상 고려할 요소가 많아 사건 검토에 5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전원회의에서 이번 건 주심을 맡은 윤수현 상임위원은 “AMS 등 시스템통합 거래와 관련해 유지·보수할 때와 구축할 때, 계열사와 거래할 때나 비계열사와 거래할 때 업계 관행이 모두 다르다”며 “심사관이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지 못해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했다”고 설명했다. 또 “AMS 부분은 의심 정황이 있으나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웠고, 데이터 회선과 상면 서비스 부분은 증거 부족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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