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이 그룹 계열사들을 되찾고 총수일가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 독점권과 9개 계열사 및 협력업체들까지 이용해 금호고속(옛 금호홀딩스)을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부당 지원(지시·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고발됐다. 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도 고발되고, 여러 계열사에 과징금 총 320억원이 부과됐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이후 박삼구 전 회장이 그룹 재건 과정에서 계열사 인수자금 확보에 곤란을 겪던 금호고속㈜을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들이 부당하게 내부 및 우회 지원한 행위에 대해 박 전 회장과 박홍석(그룹 전략경영실장)·윤병철(전략경영실) 등 임원 2명을 고발하고, 과징금 총 320억원(금호산업 152억원, 금호고속 85억원, 아시아나항공 82억원 등)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2015년 말부터 박삼구 전 회장이 채권단 관리 아래 있던 여러 계열사들을 재인수해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과 총수일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 제공행위가 위반 사실로 적용됐다. 공정위는 “그룹 전체의 동반 부실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총수일가의 숙원인 그룹 재건 및 경영권 회복 목적으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고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이 계열사 가용자원을 이용해 무리하게 지배력을 확장한 사례”라며,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 거래를 매개로 금호고속을 우회 지원한 사실을 회사가 은닉하려 했지만 다각적인 조사 기법을 통해 실체에 접근·조처했다”고 말했다.
적발된 행위는 크게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30년 독점사업권과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고받기로 결합한 ‘일괄 거래’ △9개 계열사 및 영세 협력업체까지 동원된 1306억원 단기 자금대여(45차례) 등 두 가지로 구분된다. 기업집단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금호산업·금호터미널 등 주요 핵심계열사들이 채권단 관리 아래 놓였다. 총수일가의 그룹 장악력이 약화되자 박 전 회장은 2015년 10월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설립해 계열사 재인수를 통한 그룹 재건을 꾀했다. 1조원 이상 막대한 규모의 계열사 인수 자금은 총수일가 지분율(41.1%·2016년)이 높고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하게 될 금호고속을 통해 조달하기로 설계·기획하고, 기내식·BW 일괄거래와 계열사 자금대여를 직접 주도·실행하거나 그룹 전략경영실을 통해 지시·관여했다.
2015년부터 박 전 회장과 전략경영실은 금호고속에 대한 투자를 조건으로 붙인 ‘일괄 거래’를 기획했다. 이 계획은 곧바로 착수됐다. 글로벌 기내식 공급업체 ‘스위스게이트그룹’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30년 독점 사업권 계약을 협상해 체결했고, 이 거래를 매개로 게이트그룹은 2017년 3~4월에 금호고속이 정상 금리보다 매우 유리한 조건(금리 0%, 만기 1·2·20년)으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인수해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제공해줬다. 공정위는 “금호아시아나는 기존 거래자를 포함한 다른 해외 기내식 업체들과 더 유리한 거래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게이트그룹과 독점 일괄거래를 맺었고, 이 거래에서 배임 등 법률 리스크를 이유로 본계약에는 이를 제외하고 은밀한 부속계약 및 부속합의 형태로 진행했다”며 “금호고속 BW는 당시 주가를 감안할 때 시세 차익 실현을 위한 신주인수권 행사(행사가격 주당 15만원)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이례적으로 무이자로 발행됐고, 계약의 불성립·해지시 기내식 계약도 해지된다는 결부조건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독점 기내식 거래를 통해 금호고속이 BW를 발행할 수 있도록 사실상 보증·담보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호고속은 162억원 상당의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그런데 그후 이 일괄거래는 실행이 지연된다. 금호고속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금 조기상환 요청이 들어오는 등 자금 사정이 급박해지자 박 회장 등은 다른 계열사들을 동원하는 방식을 또다시 계획한다. 2016년 8월~2017년 4월에 9개 그룹 계열사(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등)를 동원해 금호고속에 총 45회에 걸쳐 총 1306억원을 담보 없이 저리(연 1.5∼4.5%)로 신용 대여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 단기자금 대여는 (박 회장 지휘아래)그룹 전략경영실 지시로 이뤄졌고 이 중에는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의 비계열 협력업체를 이용한 8차례의 우회적 자금(280억원) 대여도 포함돼 있다”며 “계열사가 자금 대여 여력이 없는 중소 협력업체에 선급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고 협력업체는 이를 고스란히 금호고속에 대여했다. 영세 협력업체들은 금호고속과 협의 없이 그룹 계열사들이 정한 조건에 따랐을 뿐이고, 일부 협력업체는 계약서에 직접 서명·날인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금호고속은 정상 금리와의 차이에 해당하는 총 7억2천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았다.
공정위 조사결과 이런 부당 지원행위로 금호고속에 부당한 금리 차익(약 169억원)이 발생했고,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해당하는 이익(최소 77억원)과 결산배당금(2억5천만원)이 총수일가에게 직접 귀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아 ‘총수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정점인 금호고속이 여러 핵심 계열사를 재인수해 총수일가의 경영권 상실 우려가 방지되고 오히려 지배력이 유지·강화됐으며, 총수 2세로의 경영권 승계 토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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