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태양광 설치량이 반기 사상 처음으로 2GW(기가와트)를 돌파했다. 그러나 중국업체들의 공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로 국산 태양광 모듈의 시장점유율은 전년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10일 태양광업계 간담회를 열고 국내 태양광 산업 현황을 발표했다. 올 상반기 태양광 설치량은 2.09GW로, 지난해 상반기(1.30GW)에 견줘 크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 국산 설치량은 2019년 상반기 1GW에서 올해 상반기 1.4GW로 전년동기대비 40% 늘어났다. 태양광 업계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국내 주요 태양광 업체 상반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늘어난 3조5919억원, 영업이익은 88.4% 증가한 1726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4.8%였다. 국내 태양광 설치업체는 100kW 등 소규모 용량업체를 포함해 작년말 현재 약 5만개에 이른다. 국내 태양광·풍력 설비는 2019년 말 현재 12.7GW(누적)로, 정부는 한국판 그린뉴딜에서 2025년 태양광·풍력 설비 목표를 42.7GW로 높였다.
그러나 태양광 모듈 국산 점유율은 67.4%로, 작년 상반기(79.8%)보다 12.4%포인트 하락했다. 값싼 중국산 제품이 공격적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산 태양광 모듈 설치량은 0.69GW로 한국시장 점유율은 32.6%에 이른다. 공단은 중국 정부가 태양광 보조금을 삭감하고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내 수요가 감소하자 중국업체들이 한국시장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내 태양광 설치 규모는 2017년 53GW에서 지난해 30GW로 줄었다. 한국에 들어온 중국산 태양광 모듈 수입액은 2017년 2억4000만달러에서 지난해 3억7000만달로 급증했고, 올해는 7월까지 이미 2억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가가 저렴한 중국산 모듈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신재생 전력 생산분에 대해 한국전력 및 전력거래소로부터 SMP(계통한계가격)를 받고, 이와 동시에 보조금 성격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에너지공단으로부터 발급·정산받아 이익을 낸다. 전력거래소 시장에서 이 REC 수요·공급에 따른 REC 가격이 최근 3년간 크게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값싼 중국산 모듈을 쓴다는 것이다. REC 가격은 현재 킬로와트시(kWh) 당 평균 42.8원으로 3년 전(128.6원)에 견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평균가격은 60.4원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주요 태양광 보급 국가 중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자국산 모듈 점유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태양광 설치 1위국인 중국의 자국산 모듈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0% 이상으로 추정된다. 2위 미국과 3위 일본은 각각 6%와 17.6%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에 국산 태양광 모듈 수출액은 미국·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5억7300만달러(6790억원)가량이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해외 기업들이 대규모 증설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대하고 있어 우리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며 “최저효율제, 탄소인증제 등을 통해 국내 시장을 고효율·친환경 시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광 면적당 일정 효율 이상을 의무화하는 최저효율제를 도입하면 중국산 저가 모듈 수입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