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일방적 계약해제 통지에 유감을 표한다”며 2500억원 규모의 계약금 반환 소송을 예고했다.
현산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금호산업)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및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통지에 대해 법적 검토한 뒤 관련 대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금호산업은 현산 쪽이 최종시한까지도 인수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매각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현산은 금호와 아시아나항공에 재무제표의 급격한 변동 등의 이유로 재실사를 요구해왔고, 매도인 쪽과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인수 의지를 확실히하지 않고 재실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다가 결국 매각 계약은 최종 결렬됐다.
현산 쪽은 이날 ‘배임’과 ‘그룹 생존’을 강조하며 재실사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특히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에 계열사 간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 조처를 하면서 “법률 리스크까지 현실화됐다”며, “만약 그대로 거래를 종결한다면 관련 임직원들의 배임 이슈는 물론 에이치디씨그룹의 생존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었기에 재실사 요구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에도 유감을 표시했다. 현산은 “지난 8월26일 산업은행은 협의에서 기존 인수조건의 조정 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향후 논의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입장을 전달하였을 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당사도 인수조건에 관해 요구한 바가 없었다”면서 “(인수가격 1조원 깎아준다 등과 같은) 사실과 다른 기사가 보도됐다”고 했다. 같은 날 면담에서 “재실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12주를 고수하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산은이 아무런 답변 없이 언론을 통해 인수 무산을 공식화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계약해제 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함에 따라, 향후 2500억원의 계약이행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소송이 지난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법정에서 거래무산 책임이 누가 있는지 다툴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도 금호산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1일 “거래 무산의 모든 책임은 현산에 있다”며 “금호산업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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