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생활·소비 트렌드가 크게 바뀌면서 등산·이발소·자동차극장·골프연습장·성형외과 등을 찾은 사람이 전년 대비 22~11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2~6월까지 ‘카카오내비’에 나타난 전국 이동데이터를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분석한 자료를 보면, 일상생활 변화상이 뚜렷하게 포착된다. 우선 쇼핑 공간은 백화점·쇼핑몰에서 동네 편의점과 슈퍼마켓으로 바뀌었다. 이 기간 동안 방문객 수는 면세점 65%(전년 동기 대비·이하 동일) 감소했고, 백화점과 복합쇼핑몰도 10%대 감소율을 보였다. 대형마트(-5%)도 방문객 수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에 방문객이 늘어난 쪽은 시장(2%), 슈퍼마켓(30%), 생활용품점(32%), 편의점(41%)이었다. 백화점·대형마트처럼 혼잡도가 높은 매장일수록 방문객이 줄고 있다.
코로나 시대 여행지는 호텔·리조트 대신에 야영장·캠핑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축제(-73%), 호텔(-25%), 콘도·리조트(-20%)는 크게 줄어든 반면에 국립공원(15%), 산(22%), 계곡(43%), 야영장·캠핑장(77%)은 지난해에 견줘 크게 늘고 있다. 지역축제를 찾는 수요가 대폭 줄어들면서 국내 호텔·콘도·리조트 이용자도 함께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생활은 영화관 대신에 자동차극장에 최신 영화를 보려는 사람이 몰리고 있다. 과학관(-60%), 공연장(-56%), 영화관(-53%), 기념관(-43%), 박물관(-40%), 미술관(-31%) 등 실내 문화공간은 찾는 사람이 급감한 반면, 카카오내비에서 자동차극장을 목적지로 설정한 사람은 전년 동기 대비 112%나 급증했다.
찜질방·사우나는 덜 가고 이발소·미용실·네일샵은 더 많이 가고 있다. 온천(-35%), 찜질방(-33%), 목욕탕·사우나(-16%)는 줄었고, 미용실(24%), 피부관리샵(28%), 네일샵(33%), 이발소(39%)는 늘었다.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 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온천·찜질방 등 대규모 다중시설 대신에 피부관리샵·네일샵 등 개별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의 생활운동 장소는 골프장으로 바뀌고 있다. 체육관(-56%), 수영장(-46%), 스포츠센터(-33%), 볼링장(-10%) 등 실내 스포츠시설은 이용이 감소하고, 반면에 골프장(21%), 실외낚시터(39%), 골프연습장(40%), 등산로(41%)는 늘고 있다. 골프는 해외 이동이 막히면서 국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동물원·테마파크·아쿠아리움 자리에 유아용품점·완구점이 대신 차지하는 등 육아 활동에도 큰 변화가 포착된다. 유아 놀이시설(-55%), 아쿠아리움(-54%), 동물원(-43%), 테마파크(-38%), 어린이집(-15%), 유치원(-14%)을 찾는 이용자가 줄어들고 유아용품점(50%), 장난감·완구점(63%)은 크게 늘었다. 또 가구점(54%)과 전자제품점(21%) 방문객이 증가하는 등 재택근무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책상·의자 같은 가정용 가구와 화상회의에 필요한 노트북·카메라를 구매하는 발길이 크게 늘었다.
성형외과와 정신의학과 방문객도 늘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같은 ‘코로나 블루’(corona blue) 현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로 풀이된다. 산후조리원(-25%), 노인·요양병원(-23%), 종합병원(-9%)은 줄어든 반면 정신의학과(17%), 성형외과(30%), 약국(53%)을 찾은 사람은 크게 늘었다. 이재호 소장은 “유동인구의 적접적인 변화를 잘 담고 있는 모빌리티 빅데이터를 보면 코로나 전후로 우리 일상에서 생활·소비 트렌드 변화가 확연히 드러난다”며, “다만 카카오내비 이동데이터로, 대중교통과 도보이동 데이터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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