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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조성익 공정위 과장 “플랫폼 반경쟁 입증, 100배쯤 어려워졌을 것”

등록 2020-10-13 11:32수정 2020-10-13 19:58

[인터뷰] 공정위 첫 이코노미스트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학자
“제조업 시대 경제분석 매뉴얼 안 통해”
12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만난 조성익 공정거래위원회 신임 경제분석과장이 최근 기업들의 경쟁행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12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만난 조성익 공정거래위원회 신임 경제분석과장이 최근 기업들의 경쟁행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기업의 반경쟁행위는 ‘단순 약탈’에서 신기술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불법성 입증이 100배쯤 어려워졌어요."

12일 세종정부청사에서 <한겨레>와 만난 조성익 공정거래위원회 신임 경제분석과장은 공정경쟁 당국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과거 반경쟁행위는 주로 단순 담합이나 경쟁업체를 '죽이는' 방식이어서 상대적으로 판단이 쉬웠다”며 “최근엔 온라인플랫폼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신산업이 쏟아지고, 일부 기업이 신기술과 반경쟁행위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경쟁업체를 배제하고 이익을 챙기는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과장은 미국 텍사스에이앤드엠(A&M)대학교 경제학박사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시장정책연구부장을 지낸 경제분석 분야 최고 전문가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공정위가 “기업의 불공정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반경쟁 효과까지 입증하는 경제분석은 고도의 법적, 경제학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라며 지난 5일 민간전문가 출신으로는 처음 조 과장을 경제분석과장이자 수석경제학자로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공정위 경제분석과는 공정위 심의·의결이나 이후 기업과의 법정 소송에서 반경쟁행위 여부를 입증하는 공정위 핵심조직이다. 예를 들어, 공정위가 수조원대 짬짜미(담합) 혐의를 포착하면, 이들의 행위에 불법성이 있는지를 경제학적 기법과 이론을 동원해 ‘분석’해 낸다. 조 과장은 “1970년대 독보적 기술력을 갖춘 컴퓨터로 소비자 후생을 높인 아이비엠(IBM)의 독점과 같이 시장과 소비자에 긍정적 영향력을 통해 형성된 독점도 있다. 공정거래사건은 형사사건처럼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때가 많다”며 “경쟁행위 저해 여부와 소비자피해 정도 비롯해 신산업의 새 마케팅 기법은 아닌지 등을 수많은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경제분석과는 불공정행위를 일삼는 기업과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 최고의결기구인 전원회의가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매길 경우, 경제분석과가 작성한 보고서를 주요 판단 근거로 삼는다. 공정위의 처분에 반발한 기업과 소송전을 벌어질 때 역시 경제분석 보고서가 법원 판단에 결정적 구실을 한다. 2004년 주류업체 무학-대선의 기업결합과 이듬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미디어플레이어 결합판매 사건 등에서 경제분석 결과가 공정위 의결과 뒤이는 재판에서 큰 영향을 끼친 이후, 당시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위에 경제분석팀을 신설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공정거래 사건에서 경제분석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 소송을 담당하는 법무법인들은 경쟁당국을 압도하는 규모의 대응팀을 꾸리고 있다. 실제 국내 한 대형로펌은 공정거래 분야의 변호사, 경제학자, 전직 공정위 관료 등으로 구성된 70명 규모 ‘공정거래 그룹’과 산하 경제분석 전담팀을 두고 공정위로부터 각종 제재를 당한 기업들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반면 현재 공정위에서 경제분석을 전담하는 박사급 인력이 4명 뿐이다. 공정위가 ‘일당 백의 싸움’을 하는 모양새이다. 조 과장은 “공정위 인력이 전체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경제분석 쪽의 전문 인력은 현실에 견줘 매우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당장은 경제분석과 내부에서 상호학습을 통해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공정위 전체 인력 가운데 경제분석에 훈련된 이들을 최대한 끌어모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우, 우리 공정거래위원회과 법무부에 해당하는 조직에 경제분석을 전담하는 박사급 경제분석가만 수십명에서 100명에 육박하는 수준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과장은 “신산업이 빠르게 늘면서 과거의 경제분석 매뉴얼은 ‘십중팔구’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시장이 예측하기 어려운 속도로 바뀌고, 기업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 행정당국의 규제에 맞서는 만큼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반경쟁사건이 더는 과거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신산업이 늘어날수록 이런 현상도 더 확대될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에서 새 경쟁제한성을 판단하고, 결국 시장과 소비자에게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 면밀히 분석해 ‘제조업 시대의 경제분석 매뉴얼’을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글·사진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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