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조감도
현대차그룹은 13일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와 싱가포르 서부 주롱 지역의 주롱타운홀에서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기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HMGICS는 자동차 주문부터 생산, 시승, 인도, 서비스까지 고객의 자동차 생애주기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을 연구하고 실증하는 개방형 혁신기지(오픈이노베이션 랩)다. 이날 기공식은 코로나19를 감안해 양국 행사장을 화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공식에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등이 자리했다. 주요 참석자들이 터치패드의 버튼을 동시에 누르자 건설 부지에 건물이 세워지는 컴퓨터그래픽(CG) 영상이 상영됐다.
HMGICS는 2022년 말 완공을 목표로 싱가포르 주롱 혁신단지에 부지 4만4천㎡(약1만3천평), 연면적 9만㎡(2만7천평), 지상 7층 규모로 건설된다. 약 3천억원이 투자될 것으로 알려진다. 건물 옥상에는 고속 주행이 가능한 총 길이 620m의 고객 시승용 ‘스카이 트랙’,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이착륙장,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위한 태양광 패널 등이 설치된다. 건물 내부는 다양한 고객 체험 시설, 연구개발(R&D)과 사무를 위한 업무 공간, 소규모 제조 설비 등으로 구성된다. 건물 외부는 유니크한 디자인에 다양한 기능을 더해 싱가포르 도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부각될 것이라고 현대차그룹은 전했다.
이 혁신센터는 판매-생산-시승-인도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고객 가치사슬에서 새로운 혁신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복합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2022년 11월부터 혁신센터 운영을 통해 싱가포르 현지 주롱혁신단지 안에서 전기차 시험생산이 추진된다. 생산모델과 생산 대수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신차 주문에서는 스마트폰 등 온라인으로 간단히 계약하는 등 고객 맞춤형 주문 방식을 도입하고, 생산단계에서는 지능형 제조 플랫폼을 적용해 고객이 ‘내 차’의 생산과정을 직접 관람할 수 있으며, 시승·인도는 HMGICS 스카이 트랙에서 시승 테스트 후에 고객에게 최종 인도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HMGICS를 통해 인간 중심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고객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환경 체계화, 미래 세대를 위한 친환경 비전 달성 등 3가지 전략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싱가포르에 이 혁신기지를 구축하는 것일까? 현대차 쪽은 “동남아시아 물류와 금융, 비즈니스 허브로서 강점을 지닌 싱가포르가 개방형 혁신의 최적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싱가포르를 동남아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로 활용하면서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 트렌드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외국 문화에 개방적이며 정보기술(IT)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높아 동남아 시장 안에서 최고의 신기술 테스트베드로 평가받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이어 “미래 사업과 기술을 연구·실증하는 HMGICS를 싱가포르에 건립해 동남아 인지도를 향상할 수 있다”며 “교육열이 높고 교육시스템이 잘 갖춰져 산업계로 배출되는 우수 인재들이 풍부하다는 것도 싱가포르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HMGICS를 통해 싱가포르 현지 대학, 스타트업, 연구기관 등과 긴밀한 협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세계 유수의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난양이공대학(NTU) 등과 공동연구소를 운영하고 미래 신산업 분야 산학 과제도 수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혁신 비즈니스 및 연구개발(R&D) 부문 핵심 조직·역량을 HMGICS에 투입하기로 했다. 그룹의 글로벌 혁신 거점 ‘현대 크래들’(HYUNDAI CRADLE)과 인공지능 전담 조직 ‘에어 센터’(AIR CENTER)’를 HMGICS와 결합해 개방형 혁신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현대위아·현대로템·현대트랜시스 등 그룹사들이 대거 HMGICS에 참여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싱가포르 혁신센터에 대해 “그동안 아세안 자동차 시장은 현지생산체제를 이미 구축한 일본 메이커들이 독과점(일본차 점유율 약 78%)하고 있고, 일본 메이커들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유한 하이브리드차로 시장을 유도해 사실상 한국차 불모지인 상황”이라며, “이 혁신센터는 일본보다 한 발 앞서 미래 모빌리티 가치사슬 전반을 검증할 오픈 이노베이션 랩을 구축해 동남아 신시장을 창출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제로화를 목표로 최근 전기차 구입보조금(최대 2만 싱달러), 충전 인프라 확대(현재 1600개→2030년 2만8000개) 등 각종 전기차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