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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정의선, 수소·전기차 미래 ‘격변의 현대차’ 운전대 잡는다

등록 2020-10-14 08:50수정 2020-10-14 11:52

14일 아침 임시 이사회 열어 선임
수석부회장 2년 만에 회장직 올라
정몽구 회장이 ‘회장직 맡아라’ 당부
정의선, 2년 전에 고사했으나 끝내 수락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2019년 10월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현대차그룹 미래차 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화성/청와대사진기자단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2019년 10월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현대차그룹 미래차 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화성/청와대사진기자단

정의선(50)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대표이사)이 그룹 회장직에 오른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14일 아침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긴급 임시이사회를 화상회의로 열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회장 선임은) 정몽구 회장의 건강 상태와는 무관하다. 정 회장이 2년 전부터 정 수석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줄 테니 빨리 맡으라’고 여러 차례 당부해왔다”고 덧붙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정 회장의 장남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승진한 뒤 그룹을 이끌어왔다. 지난 3월엔 정몽구 회장이 내려놓은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을 물려받았다. 이사회 의결이 마무리되면 공정거래위원회도 별도 심사를 거쳐 정 수석부회장을 그룹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엘지 등 재계 서열 1~4위 그룹 모두 3~4세 경영 체제에 들어가게 됐다.

정의선(50)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건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과장으로 입사한 뒤 26년 만이다. 현대차 가문의 장자라는 출신 성분이 가져온 초고속 승진이다. 그의 부친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세계 완성차 5위권으로 끌어올린 주역이었다면 정 수석부회장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전례 없는 변곡점에 선 현대차그룹을 이끌게 됐다.

현대차그룹의 고위 임원은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년 전 수석부회장을 맡을 때 이미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수석’을 달지말고 바로 회장을 하라고 말했는데 당시에 정 수석부회장이 ‘일은 다 맡아 하겠지만 아버지가 계시니 회장 직함은 부담스럽다’고 고사했다”며, “이번에도 정몽구 회장이 ‘언제까지 수석부회장으로 있을거냐. 회장을 맡아야 회사가 잘 굴러간다’고 재촉해 정 수석부회장이 결국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병원에서 입원·치료중인)정몽구 회장의 건강은 요즘 많이 회복돼 좋아졌고 판단도 명료하다”며 이번 회장 선임은 정몽구 회장의 건강 상태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2000년 현대차그룹 회장에 오른지 20년만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러 차례 회장직 권고와 정 부회장의 고사가 있었다는 뜻이다. 권고와 고사의 반복을 아들을 시험하기 위한 정 회장의 속뜻이 담긴 것이란 분석도 있었지만, 정 회장은 회장직의 아들 승계 작업을 최근 2~3년 동안 꾸준히 이어온 것만큼은 사실이다.

이를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정몽구 회장과 20년 가까이 동고동락한 측근그룹의 순차적 퇴진이다. 2019년 우유철 부회장이 퇴임했고 지난 1월엔 윤여철 부회장도 노무 담당만 전담하는 쪽으로 역할을 축소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도 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한성권 현대차 사장과 안건희 이노션 사장도 지난 7월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용환 부회장만 현대제철에 적을 두고 있을 뿐이다. 이런 변화는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 2019년 현대차 대표이사를 맡은 뒤 빠르게 진행됐다. 현재 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 이사진(사외이사 제외)엔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빼면 1950년대생은 없다.

오늘날 자동차 산업은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한 세기를 끌어온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가 저물고 전기·수소와 같은 새로운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삼는 자동차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매개로 한 자동차 산업 가치사슬도 전방위적인 변화 속에 있다. 그간 내놓은 청사진을 손에 잡히는 성과로 만들어야 할 책임을 정 수석부회장이 안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내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아이오닉 5)를 선보이며 전기차 판매를 더욱 늘릴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수소차 선점 전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넥쏘 다음 모델을 개발하고 수소 전기 트럭 양산체제를 갖춰 오는 2030년까지 2만5천대 이상 수소 전기 트럭을 유럽 시장에 공급하는 게 목표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말 “미래에는 자동차가 50%가 되고 30%는 개인 비행체(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며 근본적인 사업 구조 개편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재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도 관심이다. 정권과 유착,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적 부의 증식, 부당한 하도급 거래, 공격적 노무 정책과 같은 전 세대 경영자들의 어두운 유산을 어디까지 덜어낼지 여부다. 또 순환 출자와 같은 불합리한 지배구조 개선도 그가 풀어야 할 과제다. 당장 정 회장이 ‘책임 경영’이란 명분으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함께 맡아온 관행을 그가 깰지 주목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1970년 10월생인 정 수석부회장은 휘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입사 뒤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부사장), 기아차 사장(대표이사),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 현대모비스 사장 등을 거쳤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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