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로봇산업 규제혁신 로드맵’ 발표
로봇 지능화, 단순 노동력 보조·대체(2020~2022)
→인간 협업·공존(2023~2025)→자율 수행(2026~)
로봇 지능화, 단순 노동력 보조·대체(2020~2022)
→인간 협업·공존(2023~2025)→자율 수행(2026~)
2023년이면 배달 로봇이 승강기를 타고 집 앞까지 음식을 배달하고, 주차장에선 주차 로봇이 시간에 맞춰 출차를 돕고, 거리에서는 로봇이 보행자와 같이 걷고 도시공원에서도 로봇이 배달을 도와줄 것으로 보인다. 재활 로봇을 활용한 의료 행위도 별도 수가로 인정돼 로봇 치료도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28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0 로보월드’ 행사 현장대화에서 ‘로봇산업 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로드맵은 2023년 글로벌 4대 로봇강국 진입을 목표로 △산업(제조·건설·농업 등) △상업(배달·주차·요리 등) △의료 △공공(소방·경찰 등) 등 4대 분야에 걸쳐 총 33개 로봇 규제를 선제 정비하는 과제를 제시했다.
배달·주차·요리 로봇의 경우 사람이 걸어다니는 거리 보도·주차장·승강기·도시공원에서의 로봇 통행 허용을 추진한다. 또 돌봄·웨어러블·의료·물류 등 4대 서비스 로봇을 집중 육성하고, 산업로봇에서는 협동로봇 작업장 안전규제 개선, 원격제어 건설로봇 등록 기준 마련 등 6개 과제를 제시했다. 전기차 충전로봇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로봇을 활용하는 음식점의 안전관리 규제도 개선한다. 그동안 실외 배달 로봇은 중량 제한 규정으로 인해 공원 내 통행이 일부 제한됐고, 현행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해 보도나 횡단보도도 이용할 수 없다. 실내 이송 로봇도 승강기 탑승 안전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승강기를 이용하지 못했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등을 통해 특정 도시공원에서 로봇 배달 서비스를 허용하고, 보행자와 유사한 속도로 주행하는 실외로봇은 보도로 다닐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실내 이송 로봇이 승강기를 탑승할 수 있게 안전기준도 마련한다. 보행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로봇은 자전거도로 등에서 주행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주차장에서 주차 로봇이 운행될 수 있도록 하고, 이동형 전기차 충전로봇도 활용할 수 있게 운행 규정과 관련 기준도 만든다.
의료 분야에선 재활·돌봄 로봇이 본격 등장할 전망이다. 현재는 의료 수가와 보조기기 품목이 없어 로봇을 활용한 재활·돌봄 서비스가 제한돼 있다. 정부는 의료 보조기기 품목에 돌봄 로봇을 반영해 공적 급여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서 벽지에 가동이 힘든 장애인·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원격 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재활 로봇을 활용한 의료 행위도 별도 수가를 인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제조·서비스 현장에서는 협동 로봇을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한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만들어진 협동 로봇은 그동안 작업자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다소 복잡한 안전 인증 규제를 적용받아 도입이 원활하지 못했다. 건설 현장에서 로봇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내놨다. 무인지게차 등 원격제어 건설 로봇은 ‘사람’ 중심으로 등록·면허 취득을 할 수 있게 돼 있어 기존 규정으로는 장비 활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정부는 로봇 관련 사고에 대비한 로봇 전용 보험 도입 추진, 로봇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로봇 활용 확대에 대응한 윤리헌장 마련에도 나서 이런 영역에서 11건의 규제 이슈를 발굴해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로봇 기술은 기술고도화에 따라 인간과의 관계에서 △단순 보조·노동력대체(2020~2022) △인간 협업·공존(2023~2025) △자율 수행(고위험 업무 등·2026~)의 3단계로 점차 지능화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2단계에 접어드는 2023년이면 로봇이 실내·정형화된 장소에서 벗어나 실외 일상 환경으로 확대되면서 반자율 다중 로봇이 거리·배달·승강기·주차 등에서 활용된다는 것이다.
33개 과제를 이행할 때는 원칙적으로 ‘포괄적 네거티브’와 ‘우선 허용-사후 규제’ 시스템이 적용된다. 로봇 신제품과 신서비스 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필요할 경우 사후 규제한다는 뜻이다. 정 총리는 “로봇은 주력산업의 혁신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핵심요소이자, 기술 융합을 통해 의료, 돌봄, 재난,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꿀 산업”이라며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가속화된 비대면 시대를 이끌 핵심산업”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로봇 전문기업 20개 육성(2018년 6개), 국내 시장규모 20조원(2018년 5조8천억원) 달성 등을 지원하고, 내년도 로봇 예산으로 1944억원(올해 대비 32% 증액)을 편성했다. 국내 로봇기업은 2508개(2018년)로 중소기업이 96.2%를 차지하고 로봇매출 10억원 미만 사업체가 61.5%이다. 전세계 로봇시장은 2018년 294억달러에서 2022년에는 724억달러(연평균 25% 성장)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 총리는 “로봇과의 공존을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며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변화에 대비해 고용안전망과 신기술 교육 등 사회시스템 정비에도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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