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업계 양대 축인 엘지(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엘지생활건강은 분기 최대 매출을 올린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8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3분기(7~9월) 매출이 1조20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23% 줄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도 49% 감소한 610억원이다. 앞서 지난 22일 실적을 발표한 엘지생활건강의 3분기 매출은 2조7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분기 최대 매출 규모이기도 하다. 영업이익(3276억원)도 5.1% 늘었다.
업계와 주식 분석가들은 이런 차이를 엘지생활건강의 사업 구조 다각화에서 찾는다. 이 회사는 2007년 코카콜라음료 인수를 시작으로 올해는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인수· 합병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 실제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기준 화장품 부문 비중은 54.5%, 생활용품 25.2%, 음료 20.3%으로 각 사업부문이 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로 화장품 부문의 부진을 다른 사업 부문이 만회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화장품 부문 외에 이렇다 할 별다른 사업 부문이 없다.
최근 수년 동안 중국 시장 대응 전략 차이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엘지생활건강은 ‘후’와 ‘오휘’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우며 주로 백화점 입점과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3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니스프리 등 중저가 로드숍 매장 위주로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 쓴맛을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4분기 기준 600개가 넘었던 중국 내 이니스프리 매장을 올해 연말까지 100개 이상 폐점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내년에도 중국 매장을 추가 폐점할 예정”이라며 “실적 개선을 위해 국내외 모두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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