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2020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서 김영준 경 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마크 압돌라히안 클레 어몬트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대담을 하고 있다. 부산/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조 바이든 시대에 미-중 사이에는 정보통신기술(ICT) 패권을 놓고 경쟁과 협력이 균형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미래의 미-중 관계가 기술 신냉전 구도의 길로 이미 결정돼 있는 건 아니다.”
11일 부산 누리마루 아펙(APEC) 하우스에서 열린 ‘2020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서 마크 압돌라히안 클레어몬트대학원대학교 교수(ACERTAS사 최고경영자)는 향후 미-중 관계가 어떤 경로를 향하게 될 것인지는 민간기업 및 정책담당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지정학과 첨단 기술의 융합: 미-중 기술냉전의 미래’를 주제로 부산과 로스앤젤레스 현지를 연결해 화상으로 열린 대담에서 압돌라히안은 “미-중 기술패권 다툼은 시장·국가·산업이 각각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방이 정해질 것”이라며, “경제적인 요구가 정치안보 측면의 요구보다 더 커진다면 양국 간 냉전은 약화되고, 둘 사이에 효율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한 선의의 경쟁 및 규범·제도에 입각한 협력을 중심으로 대안적 미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에 두 나라가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경쟁·협력의 혜택이 크지 않다고 여긴다면 양국 간 탈동조화와 일방주의,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와 대담을 나눈 김영준 경상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오늘날과 미래를 규정하는 키워드는 디지털 데이터와 네트워크이고 또 이 둘의 결합”이라며 “이것이 전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막강한 힘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고, 미-중이 첨단기술 패권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어려운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양자컴퓨터·5G·6G 등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소들인데, 개인·기관·정부의 막대한 양의 데이터 정보를 전세계 어디에서나 추출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기업·국가의 행동을 분석해 상업적·안보적으로 활용하고 무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지구적 기술패권을 놓고 아시아 중국과 서구 미국이 한판 다툼을 벌이는 이른바 ‘테크놀로지 지정학’ 싸움인 셈이다. 미국으로선 전세계에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중국의 기술굴기 뒤편에 상업적 목적 외에 ‘정보 무기화’라는 숨은 동기가 있다고 본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두 대담자는 중국의 기술역량과 정치적 힘은 ‘티핑포인트’(상황이 극적으로 돌변하는 시점)를 이미 넘어선 경로에 접어들었으며, 중국의 거대한 시장규모, 낮은 가격비용, 막대한 국가 자원 동원력 등을 볼 때 미국이 중국의 전략에 맞서 과연 경쟁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압돌라히안은 “양국이 적대적인 냉전구도로 돌아갈지 공동 번영을 향한 협력에 들어설지는 기술 혁신 속도, 시장의 역동성, 외교안보 정치 등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선택에 대해 그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가 중국과 안정적인 생산 가치사슬 공급망으로 연결돼 돈을 벌고 있다”며 “한국 기업과 정책가들은 바이든 시대에 미-중 관계에서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되 정치경제적으로 예전보다 훨씬 민첩하게 행동하면서 5G 인프라 장비 등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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