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27일 LG필립스LCD 파주공장 현장에서 구본준 당시 LG필립스 LCD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구본무 LG 회장에게 파주공장 건설현황을 놓고 설명하고 있다. LG 제공
엘지(LG)그룹이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 5개 계열사를 묶어 또다른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한다. 이번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구본준 ㈜LG 고문(전 LG 부회장)이 LG그룹에서 독립(계열분리)해 상사·하우시스 등을 중심으로 한 소그룹 독자 경영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엘지그룹 지주사인 ㈜LG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LG가 지분 출자하고 있는 13개 자회사 중에서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부문을 인적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회사분할계획을 결의했다. ㈜LG신설지주는 이들 4개 회사를 자회사로 하고, LG상사 산하의 판토스 등을 손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설립된다. 분할비율은 존속 및 신설 지주회사의 별도 재무제표상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LG가 약 0.912, ㈜LG신설지주(가칭)가 약 0.088이다. 기존 (주)LG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는 회사분할 후 ㈜LG 91주, 신설 지주회사는 44주(재상장 주식 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액면가액 1000원)를 각각 교부받게 된다. 분할 전후에 존속 및 신설회사의 주주구성은 동일하다.
㈜LG신설지주는 앞으로 새로운 이사진에 의한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한다. 신설지주의 이사회 구성은 사내이사로 구본준 LG 고문(대표이사), 송치호 LG상사 고문(대표이사), 박장수 ㈜LG 재경팀 상무를, 사외이사는 김경석 전 유리자산운용 대표이사,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강대형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를 각각 내정했다. 내년 3월26일 정기 주주총회 회사분할 승인 절차를 거쳐 5월1일자로 존속회사 ㈜LG와 신설회사의 2개 지주회사로 재편·출범하면서 분할 절차가 완료된다.
㈜LG는 “분할 후에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신설 지주회사는 성장 잠재력 있는 사업회사들을 주력기업으로 육성해 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들의 기업가치 극대화를 추진하게 된다”며, “지주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전문화하는 구조로 서둘러 전환할 필요에 대응한 재편”이라고 말했다. 신설 지주회사 산하 자회사는 자원개발 및 인프라(LG상사), 물류(판토스), 시스템반도체 설계(실리콘웍스), 건축자재(LG하우시스) 및 기초소재(LG MMA)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LG는 “향후 계열분리 추진 시 지배구조를 보다 단순화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주회사 신설이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를 위한 것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구 고문은 고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고, 고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이다. 조카인 구광모 LG 회장이 2018년 그룹 회장에 취임하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2018년말 퇴임했는데 LG 안팎에서는 구 고문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구 고문은 ㈜LG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약 1조원 정도로, 이 지분을 활용(매각 또는 교환)해 LG신설지주 산하 자회사 지분을 인수, 독립할 것으로 보인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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