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 이행과 종업원 협력이 뛰어난 ‘효율경영 톱 250 랭킹’ 기업들은 고객과 종업원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코로나19 파고를 잘 헤쳐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에 있는 ‘드러커 연구소’ 잭커리 퍼스트(사진) 소장은 16일 <한겨레>와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연구소가 지난 12일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함께 발표한 ‘효율경영 톱 250’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평가는 사회책임·혁신·소비자 만족·노사 관계 및 종업원 훈련·재무건전성 등 5개 주요 지수(총 33개 데이터 지표)를 합산해 작성됐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2005년 작고) 전 뉴욕대 교수가 제시한 기업성과 측정법에서 따왔다. 미국 기업 886개(연매출 30억달러 이상·시가총액 100억달러 이상)가 평가대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이비엠(IBM), 아마존, 알파벳(구글의 모회사)이 차례로 1~5위에 올랐다. 잭커리 소장은 “코로나 대유행이 미국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들을 혹독하게 덮쳤음에도 일부 기업들은 고객 및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강화했다”며 “‘효율 경영’은 어떤 유행이나 악조건에도 변치 않은 기업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올해 평가에서 가장 눈에 띈 기업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12위)은 큰 폭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올해 내내 불거진 허술한 콘텐츠 관리 문제로 소비자 만족 부문에서 조사 대상 기업 중 하위 1% 평가를 받았다.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 수준이다.” 페이스북은 혁신 및 재무건전성 부문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사회적 책임 부문에서 극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페이스북은 올해 스팸 콘텐츠, 가짜 뉴스 계정, 폭력·성애물 이미지 게시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드러커 연구소의 기업성과 평가는 소비자 만족·노사 관계 및 종업원 훈련도 포함하는 터라 기업의 재무제표와 전통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 지표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기업별 사회책임 이행과 이해관계자 고려 수준을 보여준다. 잭커리 소장은 “S&P 500 지수에서 상위권 기업 중에 효율경영 톱 250 랭킹에서는 하위권에 머문 곳도 꽤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터 드러커가 2008년에 펴낸 <자기경영노트(Managing oneself)>에서 ‘봉우리가 많을수록 계곡도 많다’라고 한 발언을 소개하며, “혁신과 재무 성과만 추구하고 소비자와 사회적 책임에서 취약하면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평가를 두루 잘 받은 기업들은 코로나 위기 때도 다른 기업보다 노동자 해고를 줄이며 잘 대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가 부문)인 5개 부문은 장기간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여러 장기가 조화롭게 움직여야 인간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드러커 연구소는 이 평가법을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대기업들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뉴패러다임 인스티튜트(대표 문국현)와 한국드러커소사이어티는 17~18일 미국 드러커 연구소와 함께 화상으로 ‘2020 드러커의 날’ 행사를 연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