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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36년 동안 119명 보살핀 최장기 위탁모 전옥례씨 ‘LG 의인상’

등록 2020-12-27 19:46수정 2020-12-28 02:35

최고령·최장기 위탁 양육 봉사
질병·장애아도 마다 않고 돌봐
자폐로 입양 안 된 아이 후원도
“떠나보낼 때마다 울어 눈물 말라”
‘엘지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전옥례(74·오른쪽)씨가 남편 유성기(73)씨와 양육을 위탁받은 아이를 돌보고 있다. 엘지복지재단 제공
‘엘지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전옥례(74·오른쪽)씨가 남편 유성기(73)씨와 양육을 위탁받은 아이를 돌보고 있다. 엘지복지재단 제공

엘지(LG)복지재단은 국내 최장기 위탁모 봉사자 전옥례(74)씨를 ‘엘지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해 시상했다고 27일 밝혔다. 전씨는 국내 350여명의 위탁모 가운데 최고령으로, 36년 동안 영유아 119명을 위탁받아 양육하는 봉사를 해왔다.

위탁모 봉사란 부모나 가족이 키우지 못하는 36개월 미만의 영유아들을 입양 전까지 일반 가정에서 양육하고 보호하는 활동을 말한다. 전씨는 1984년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으로 이사해 인근에 위치한 동방사회복지회의 위탁모 활동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봉사를 시작했다. 장기간 위탁모 봉사를 하더라도 몇개월에서 몇년 쉬었다가 다시 아이를 맡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전씨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에 있던 아들이 귀국해 자가격리 하는 1개월을 빼고는 36년 동안 쉼 없이 아이들을 양육해왔다.

전씨는 두 아들이 있어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게 쉽지 않았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울 때마다 큰 일이 생길까 잠 못 자며 마음을 졸였다. 그는 “아이를 떠나 보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울다 보니 이제는 평생 흘릴 눈물이 모두 말라버린 것 같다. 아이들이 좋은 가정으로 갈 수 있도록 데리고 있는 동안 만이라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나의 몫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탁모 봉사계의 대모’로 불리는 전씨는 질병과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마다 않고 자발적으로 맡아 양육해 왔다. 2008년 돌봤던 유진(가명)이는 미숙아라 심부전과 기흉을 앓고 있었는데, 그의 정성으로 몸이 많이 회복된 상황에서 약사인 양부모를 만나 심장병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2018년 생후 6개월이던 영한(가명)이는 선천적으로 왼쪽 다리가 불편해 깁스를 하고 있었는데, 전씨가 수술까지 시켜가며 정성을 다해 돌봐 이듬해 입양을 보낼 때는 건강하게 걸을 수 있었다.

전씨는 생후 1개월 때부터 두 돌이 넘을 때까지 오랜 기간 키웠던 아이가 발달 지연과 자폐로 결국 입양되지 못하고 보육 시설로 가게 되자,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외국으로 입양된 아이들이 성장해 한국을 방문할 때 전씨를 친부모처럼 찾는 경우도 많았다.

전씨의 36년 봉사에는 가족들 도움이 컸다. 남편 유성기(73)씨는 항상 목욕과 식사준비 등을 도와주며 이미 육아 전문가가 다 됐고, 어릴 때부터 위탁 유아들의 헝겊 기저귀 빨래를 도와주고 아이들과 놀아주던 두 아들은 불혹이 넘은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일손을 보태고 있다.

전씨는 상을 받은 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한 명의 아이라도 더 돌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엘지의인상은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엘지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됐다. 구광모 대표 취임 뒤에는 사회 곳곳에서 타인을 위해 묵묵히 봉사와 선행을 다하는 일반 시민으로 수상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지금까지 엘지 의인상 수상자는 총 139명이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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