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한국뇌연구원 연구팀이 공동으로 성인의 뇌가 기억을 유지하는 방식을 새롭게 규명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공개했다.
5일 삼성전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정원석 교수 연구팀이 한국뇌연구원 박형주 박사팀과 공동으로 뇌·인지과학 연구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고 소개했다. 이 연구물은 지난해 12월 말 국제학술지인 네이처에 공개됐다.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는 뇌 안에서 정보를 학습·기억하는 역할을 한다.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기존 시냅스가 사라지고 새로운 시냅스가 생성되는데, 이런 현상이 뇌의 기억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다. 정원석 교수팀은 뉴런을 둘러싼 신경교세포 중 가장 숫자가 많은 ‘별아교세포’가 뇌가 급격히 발달하는 시기에 시냅스를 제거한다는 자신들의 기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신경교세포는 뇌에서 뉴런을 도와 뇌 항상성 유지 역할을 수행하는 별아교세포, 미세아교세포, 희소돌기교세포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까지는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는 주된 세포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성장한 생체의 뇌에서도 미세아교세포보다 별아교세포가 더 활발하게 시냅스를 제거한다고 이번에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런 연구 결과는 기존 학설을 뒤집고 별아교세포에 의한 시냅스 제거 현상이 뇌 신경회로의 기능·기억 형성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정원석 교수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는 현상을 조절할 수 있다면 자폐증, 조현병, 치매 등 뇌 신경질환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석 교수 연구팀은 2017년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2013년부터 10년간 1조5천억원을 출연해 기초과학,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등 연구 분야에서 매년 3차례(상·하반기 자유공모, 연 1회 지정테마) 과제를 선정해 지원하는 공익 사업이다. 삼성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634개 과제에 8125억원을 지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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