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태형 <한겨레> 기자 xogud555@hani.co.kr
부당 행위로 취업이 제한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7년 만에 돌아온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설지, 최고경영진에 이미 오른 두 아들과 전문경영인 뒤에서 막후 실력을 행사할지를 놓고 막판 고심 중이다. 김 회장의 ‘족쇄’가 풀리는 시점에 한화는 신재생에너지와 우주산업 등 미래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19일 재계와 한화에 따르면, 김 회장의 취업제한은 다음달 18일 풀린다. 2014년 2월, 김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그룹 내 다른 회사에 3천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현행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은 집행유예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집행 유예기간과 이후 2년간 금융회사나 범죄의 관련 기업에 취업을 금지한다. 김 회장은 최종 판결 이후 ㈜한화,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 한화건설 등 7개 계열사 대표에서 모두 물러났다.
한화 쪽은 김 회장 경영 복귀와 관련해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반복하지만 내부에선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한화 고위 임원은 사견을 전제로 “(과거처럼) 등기임원으로 복귀하는 건 일장일단이 있다. (등기임원으로 구성되는) 이사회 내 다른 이사들이 (회장에) 휘둘릴 수도 있다”며 “(경영 복귀 방식을 놓고) 김 회장이 막판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등기임원을 맡으려면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주총 소집 결의를 공시하는 내달 말께는 김 회장의 복귀 여부와 방식의 윤곽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김 회장이 대표이사(등기임원)를 맡는 게 유명무실하다는 시각도 있다. 취업제한 기간 내내 그룹 총수 구실을 해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2014년 집행유예 판결 뒤, 9개월여 만에 본사 사옥으로 다시 출근하며 사실상 업무를 재개했다. 2015년 삼성종합화학 인수를 비롯해 최근 항공·방산·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와 1조원대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등도 지휘했다. 2018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화 큐셀의 일자리 확대를 칭찬하기 위해 김 회장을 직접 만났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은 <한겨레>에 “취업제한 이후에도 총수 구실을 할거라면 경영 공과의 모든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임원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7위 그룹의 총수가 제 구실을 찾는 데 대한 기대도 있다. 김 회장은 2014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한꺼번에 인수하는 ‘빅딜’ 등을 통해 당시 총자산 128조2천억원이던 한화그룹을 6년만에 206조8천억원 규모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 10위이던 재계순위도 지난해 현재 7위로 올라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에너지로 꼽히는 태양광·수소연료와 우주항공·방산, 디지털 금융 등 미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화는 올해 초부터 계열사인 한화에너지가 글로벌 에너지기업 토탈과 2조원대 합작회사를 세우는가 하면, 국내 유일의 인공위성 제조기업 쎄트렉아이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수소와 태양광 에너지사업을 도맡을 한화솔루션에도 내년부터 5년간 2조8천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을 통해 인공위성과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4일 신년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항공우주, 그린수소 에너지, 디지털 금융솔루션 등 신규 사업에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달라”는 당부를 내놓은 바 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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