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도로에서 배민라이더스 배달원이 잠시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원
“주류주문 관련 법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라이더 비용으로 회사를 면책시켜야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배달대행서비스가 호황을 누리지만, 업체의 ‘손과 발’이 되는 배달기사들은 이같은 불공정 계약을 맺고 있었다. 일부 업체들은 계약서에 건당 기본배달료도 정하지 않은 채, 지급시기와 건당 수수료를 ‘별도 합의’로만 정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우아한청년들(배민라이더스·배민커넥터),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익스프레스), 쿠팡(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대행서비스업체 3곳이 배달기사와의 계약에서 불공정 소지가 있던 부분을 자율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율시정안을 보면, 업체들은 앞으로 배달기사와 계약 과정에 건당 기본배달료를 정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계약서에 기본배달료를 정하지 않고 ‘건당 수수료 단가 기준은 위탁자와 수탁자의 별도 합의 기준에 따른다’고 돼있었다. 배달수수료가 날씨나 시간대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지만, 계약서 자체에 배달료 기준이 없어 업체 쪽에서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변경해도 기사들이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또 배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배달기사의 잘못이 없어도 책임을 져야했던 내용도 ‘사업자의 고의·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배달기사에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배달기사에 계약에 없는 업무를 강요하거나 성별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산재보험과 관련한 내용도 계약서에 모두 반영된다. 이같은 내용은 배달대행 표준계약서에 포함됐지만, 실제 현장에서 쓰는 계약서에는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배달대행서비스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거래가 대폭 늘어나면서, 배달기사에 불합리한 배달료 계약와 일방적인 배상책임 등을 지운 계약 내용이 논란이 됐다. 공정위는 이번에 업체들의 자율시정으로 배달기사 6천여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배민커넥터와 쿠팡이츠에서는 짧은 시간 일하는 파트타임 배달기사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업체 쪽은 오는 3월말까지 합의된 내용을 실제 계약서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시정안 합의에 배달기사 쪽에서는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 지회가 개선방안 합의에 참여했다.
공정위는 “이번 자율시정안으로 배달대행업계의 불공정 계약관행 개선과 배달기사 권익 보장을 기대한다”며 “해당 업체들이 자율시정안대로 개선을 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지역 배달대행업체의 불공정 계약조항 여부도 점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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