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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삼성준법감시위 “위원회 실효성 판단, 재판부와 의견 분명히 다르다”

등록 2021-01-21 16:40수정 2021-01-21 18:21

21일 이재용 구속 뒤 첫 정례회의 열고 ‘공식 입장문’ 내
“흔들림없이 소임 다할 것”…“건강한 지배구조 구축 집중”
2020년 2월에 열린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첫 회의.
2020년 2월에 열린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첫 회의.
삼성준법감시위원회(삼성준감위·위원장 김지형)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선고에 대해 21일 “위원회의 실효성에 관한 판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명히 다르다”며 “판결과 상관없이 제 할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준감위원들은 이날 열린 정례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장 현안이 되는” 취업제한과 역할 등 거취 대목을 둘러싸고 서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준감위는 이날 위원 6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정례회의를 연 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입장문’을 내고 “판결의 선고 결과에 대해 어떠한 논평도 낼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다만 “판결 이유 중 위원회의 실효성에 관한 판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명히 다르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어 “위원회는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한 근원적 치유책을 최우선으로 주문했고 이 부회장이 국민에게 직접 나서 장차 4세 승계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경영권 승계에 관해 과거의 위법 사례와 결별하고 앞으로 발생 가능한 위법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으로서 이보다 더 실효성 있는 조치가 무엇이 있을까요”라고 밝혔다. 삼성준감위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가장 바람직한 준법감시제도는 무엇일지’ 전문가들과 사회 각계의 혜안을 모으고 구현해 나가고, 4세 승계 포기 이후의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 문제에 더욱 집중하겠다”며 “위원회 활동의 부족함을 더 채우는 데 매진하고 오로지 결과로 실효성을 증명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이 부회장이 재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될 경우 불거지게 될 취업 제한과 역할 등 거취 문제를 놓고 준감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어느 위원은 취업제한에 대해 “형이 확정되면 당장 현안이 된다”며 “법대로 한다면 이 대목을 두고 삼성에 어떻게 권고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또 전자 계열 사업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팀장 정현호 사장)에 대한 준법 감시 강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위원은 “사업지원 티에프를 포함해 재판부가 지적한 내용을 앞으로 준감위 운영에서 구체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음 회의에서 사업지원태스크포스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감시·감독 방안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삼성준감위와 준법감시 대상 협약을 체결하는 삼성 관계사(현재 삼성전자·삼성물산 등 7개사) 범위를 더 확장하는 근거 규정도 마련하기로 했다.

삼성준감위는 또 위원회 활동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위원회 운영규정 개정안도 논의했다. 개정안은 위원회의 권고를 관계사가 수용하지 않을 때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결정하고, 해당 이사회에 준감위원장이 출석해 의견 진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회 쪽은 “위원회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관계사 사장이 독자 결정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준법감시부서 실무자급 협의체 신설 방안을 이날 위원회에 보고했다.

이날 준감위 회의 직전에 삼성전자는 ‘변호인을 통한 이 부회장의 입장’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은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위원장과 위원들께는 앞으로도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하여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오는 26일 삼성전자 등 7개 협약 관계사 대표이사들과 최고경영진 간담회를 갖는다.

아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입장문’ 전문

지난 18일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형사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이 판결의 선고 결과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평도 낼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위원회는 재판이 계기가 되어 출범하였지만 재판과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다만, 판결 이유 중 위원회의 실효성에 관한 판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명히 다릅니다. 위원회의 의지와 무관하게 위원회가 평가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원회는 출범 이후 척박한 대내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바람직한 준법경영 문화를 개척하기 위해 온갖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판결의 판단 근거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지 않겠습니다. 위원회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그리하여 위원회 활동의 부족함을 더 채우는 데 더욱 매진하고, 오로지 결과로 실효성을 증명해 낼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혀 드립니다. 위원회는 판결과는 상관없이 제 할일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이것이 위원회에 주어진 가장 막중한 소임일 것입니다. 이것은 위원회가 처음부터 밝힌 다짐이기도 했고, 지금도 그 다짐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이재용 부회장도 최근까지 이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위원회의 목표는 의심의 여지없이 명확합니다. 위원회의 목표는 정확히 우리 사회의 시대적 요청과 일치합니다. 삼성 안에 준법이 깊게 뿌리 내리고 위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삼성 안에서는 물론이고 삼성 밖에서도 준법과 어긋나는 일에 대해서는 감히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과거 이른바 정경유착을 비롯해서 고질적인 여러 위법행위가 있었습니다. 그 유인은 안에서 촉발된 것도 있었고, 밖으로부터 쉽게 거절하기 어려운 요구에 의한 것도 있었습니다. 어느 것이든 모두 근절해야 합니다. 준법에 관해 삼성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clean) 깨끗하고(clear) 간결하고(concise) 탄탄하다(compact)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위원회는 그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습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삼성과 위원회에 부여한 준엄한 소명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원회는 ‘삼성 준법이슈의 핵은 경영권 승계 문제에 있다’고 초기에 진단하였습니다. 그래서 위원회는 삼성에게 이에 대한 근원적 치유책을 고민해 달라고 최우선으로 주문했습니다. 그 결과 이재용 부회장이 국민에게 직접 나서 장차 4세 승계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영권 승계에 관해 과거의 위법 사례와 결별하고 앞으로 발생 가능한 위법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으로서 이보다 더 실효성 있는 조치가 무엇이 있을까요. 승계 문제가 해소되면 이제 남는 문제는 ‘지배구조의 합리적 개선’이고, 이에 대해서 위원회는 검토를 하고 있던 상황임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1년 가까운 위원회 활동을 통해 보람과 성과가 없지 않았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최고경영진이 준법이슈를 다루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컴플라이언스 팀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준법 문화가 서서히 바뀌는 것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장벽을 세워놓은 채 소통이나 대화를 거부하고 적대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대립과 공격만 하는 것보다, 개선을 위한 논의에 참여해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이끌어내자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도 확인하였습니다. 그 어떤 것보다 대단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위원회의 성취를 내세우기에는 아직 한참 모자라다는 것은 위원회 스스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위원회는 거듭났다는 각오로 향후 과제를 세우고 풀어나갈 것입니다. 위원회는 지난 1년동안 위원회의 향후 과제를 리스크별로 유형화하고 승계, 노조, 소통 이슈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앞으로도 ‘가장 바람직한 준법감시제도는 무엇일지’ 전문가들과 사회 각계의 혜안을 모으고 구현해 나가겠습니다. 4세 승계 포기 이후의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 문제에 더욱 집중하고 승계 관련해서도 다른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게 예방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노동’과 ‘소통’ 의제도 각별하게 챙겨나가겠습니다. ‘일상적인 위원회 활동’도 결코 폄하될 수 없는 일이므로 경험을 더욱 견고히 해나가겠습니다. 삼성 측에도 준법이 단순히 일시적 방편이나 불편하지만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궁극의 목표이어야 한다는 점을 부단히 설득하겠습니다.

위원회는 소망합니다. 삼성 안팎에서 삼성이 바람직한 준법문화를 세우고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세계 속에 더욱 빛나게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하는 분들의 더 많은 격려와 성원을, 위원회는 소망합니다. 준법 삼성의 새로운 역사가 꺾이지 않기를, 위원회는 소망합니다. 위원회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 1. 21.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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