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새 회장으로 구자열(68) LS그룹 회장이 유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이번에는 정부 쪽 추천 인물을 아예 내세우지 않아 장관급 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기업인이 회장을 맡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16일 오전 무역협회 회장단(수출 대표기업 회장 및 수출 유관협회장 등 33명으로 구성)은 서울 강남 무역협회에서 임시 회의를 열고 김영주 회장에 이어 이달 말부터 협회를 이끌어갈 제31대 차기 회장 선출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구자열 LS 그룹 회장을 비롯한 복수의 후보가 일부 회장단의 추천과 본인 의사에 따라 등록돼, 회장단 사이에 의견이 교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협회 고위 관계자는 “이번 차기 회장은 경제관료 출신이 아니라 민간기업인이 맡는 쪽으로 정리됐다”며,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오는 19일 2시에 다시 열리는 협회 회장단 정식 회의에서 한명이 단독으로 추대·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자열 회장 추대로 오늘 회장단 의견이 모아졌다는 뜻이다. LS 그룹 쪽은 이날 “무협 회장단의 추천도 있고 구 회장 본인도 뜻이 있어 후보로 등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자열 회장의 선친인 구평회 회장도 1990년대 말에 무협협회장을 지낸 바 있다.
장관급 고위 경제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기업 회장이 무역협회장을 맡게 된 건 다소 이례적이다. 이번 차기 회장 선출에서 정부는 김영주(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현 회장의 연임을 요청했으나 김 회장 본인이 끝내 고사했고, 그러자 정부는 “정부 쪽 다른 추천 인물을 이번엔 내세우지 않겠다. 정부는 차기 회장 인선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추천 인물 여부를 포함해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도, 아는 바도 없다”고 말했다. 차기 회장 선출 일정이 임박하면서 다소 갑작스럽게 구자열 회장으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무역협회장은 제18~20대(1983년~1991년) 남덕우 경제부총리 이후, 21대(1991년~1994년) 박용학 대농그룹 회장, 22~23대(1994년~1999년) 구평회 E1 명예회장, 24~25대(1999년~2006년)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등 15년간 민간 기업인이 맡았다. 그 후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정부 추천 인물인 이희범·사공일·한덕수·김인호·김영주 등 장관급 경제관료 출신들이 다시 맡아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