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조성환 사장과 고영석 연구개발기획운영실장(상무)을 사내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조 사장은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기는 박정국 대표이사 사장의 후임이다. 고 상무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정 명예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되지만 1년 앞당겨 그만두는 것이다.
이로써 정 명예회장은 모든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경영에서 공식적으로 손을 떼게 됐다. 최근 몇 년간 현대차그룹은 점진적으로 정 명예회장의 비중을 줄여왔다. 지난해 3월 임기 만료를 계기로 현대차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온 게 신호탄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가 정몽구 당시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선임했다. 유일하게 임기가 남은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자리만 최근까지 유지하고 있었으나 이번에 완전히 물러나게 된 것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이)미등기임원으로 남을지, 아예 빠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본다. 정 명예회장이 실질적인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각 사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관련 공시가 의무화된 2019년 이후 정 명예회장의 이사회 출석률은 0%다. 지난해 정 명예회장이 현대차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당시 현대모비스는 “후임이 정해지면 현대모비스 이사도 교체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모비스의 이사 선임 안건은 다음달 24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 상정된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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