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에 사는 돌봄 대상자 장정식(73)씨가 24일 ‘AI 복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KT제공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국가유공자 마을 ‘용사촌'에 사는 장정식(73)씨. 그는 1969년 전방 부대에서 수색 임무를 맡던 중 지뢰가 터져 왼쪽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자녀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아내와 둘이 사는 그는 한 달 전부터 ‘인공지능(AI) 복지사’의 도움을 받는다. ‘인공지능 복지사’를 도입한 곳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광주 서구가 처음이다. 24일 자택에서 만난 장씨는 “국가유공자들이 모여 사는 우리 마을엔 생활이 힘든 이들이 많은데 도움 줄 사람들이 직접 방문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이들도 있다”며 “직접 경험해보니 좋은 점이 많아 이웃들에게 (인공지능 복지사를) 활용하라고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에는 약 70여명의 사회복지사가 8천여명의 돌봄 대상자를 담당하고 있다. 복지사 한명당 담당 대상자가 1천명을 넘는다. 광주 서구는 지난해 사회복지사들이 대상자를 일일이 찾아가 만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들이 하루에 방문할 수 있는 대상자는 하루 최대 7명이다. 그마저도 코로나19 탓에 지난해엔 방문 돌봄이 어려웠다. 서구가 지난달 케이티(KT)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AI) 복지사’를 도입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까닭이다.
‘인공지능 복지사’는 돌봄 대상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들의 상황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날 장정식씨가 인공지능 복지사로부터 받은 질문은 “음식이나 영양 상태 관리에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우울하거나 죽고 싶은 생각이 드세요?” 등이다. 장씨의 대답은 자동으로 텍스트화돼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관제사들이 이를 관찰한 뒤 시급하게 방문이 필요한 대상자를 선별해 사회복지사들에게 전달한다.
광주광역시 서구 통합돌봄과 직원(왼쪽)이 ‘AI 복지사’가 돌봄 대상자와 대화하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관제하고 있다. KT제공
여기에는 케이티의 인공지능콘택트센터(AICC) 기술이 활용됐다. 케이티는 지난 2018년부터 자사 고객센터부터 이 기술을 도입했으며 은행이나 대학교, 카드사 등에 이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광주 서구청사에서 관련 기술 설명을 진행한 양정영 케이티 인공지능콘텍트센터 사업팀장은 “인공지능콘택트센터 기술은 90%의 음성 인식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투리나 인명, 지명, 주소, 은어 등도 인식할 수 있으며, 대답에 따라 다음 질문이 바뀌는 등 기존의 자동응답시스템(ARS)보다 한층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인공지능 복지사’가 돌봄 대상자들의 정서까지 살펴주는 역할은 못한다. 그러나 현재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데는 효과적이라는 것이 케이티와 지자체의 설명이다. 사회복지사의 인력 부족으로 몇 개월에서 1년까지 재방문이 힘든 돌봄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복지사’가 공백기 동안의 상태 점검을 해준다는 이유에서다. 박하형 케이티 전남·전북광역본부 과장은 “비대면 복지로 콜센터를 운영할 수도 있지만 상담원 고용 등 예산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광주/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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