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에버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자동차그룹 소프트웨어 3사의 합병이 최종 승인됐다. 업계는 현대오토에버가 향후 그룹 지배구조 재편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이 25일 열린 3사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고 이날 밝혔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아이티(IT) 서비스를 담당하는 회사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분 9.57%를 들고 있다. 현대엠엔소프트는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현대오트론은 차량용 전자제어 소프트웨어 등을 만든다.
이들 3사의 합병은 불공정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관련 증권신고서를 두 차례 반려했다. 합병 비율이 비상장법인인 피합병회사에 불리하게 산정됐다는 취지다. 기존 합병 비율은 1대 0.958대 0.118로 책정됐으나 “장외 거래 시세를 고려하지 않았고 향후 매출 추정치도 과소평가됐다”는 현대엠엔소프트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맞닥뜨렸다. 정 회장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대오토에버에 유리하게 비율을 책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두 차례 수정을 거친 최종 합병 비율은 1대 1.002대 0.131이다. 현대엠엔소프트·현대오트론 주주는 주식 1주당 현대오토에버 신주 각각 1.002주, 0.131주를 받게 된다. 현대오트론은 수익가치가, 현대엠엔소프트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모두가 상향 조정됐다.
정 회장의 현대오토에버 지분은 향후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실탄으로 쓰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핵심 계열사에 대한 정 회장의 지분은 현저히 낮다. 보통주 기준 현대모비스(0.32%), 현대차(2.62%), 기아(1.74%) 등이다. 정 회장이 현대오토에버 지분을 현대모비스에 현물출자하는 식으로 지배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오토에버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정 회장에게 유리한 구조다.
업계는 현대오토에버가 빠르게 몸집을 불릴 것으로 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자동차 산업은 데이터 싸움이 될 전망인데, 이번 합병으로 현대오토에버가 차량 데이터를 모두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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