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의 SK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5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엘지(LG)에너지솔루션과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사이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 최종 결정문을 공개한 5일 가운데, 엘지는 “결과에 승복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합의에 나서라”고 에스케이 쪽에 촉구했다. 하지만 에스케이는 “미 국제무역위 의견서 어디에도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증거가 없다”며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각)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두 회사 사이에는 합의금 협상과 관련해 “어떠한 반응이나 제안도 없이 진전이 없는” 상태다.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공방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오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 국제무역위 결정을 에스케이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달 10일 미 국제무역위의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에스케이에 협상을 재개하자고 권유했지만 현재까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또 “양사가 제시하는 합의금 차이가 조단위”라고 밝혔다. 엘지는 에스케이가 최종 결정을 수용하고 진정성 있게 협상에 나선다면 합의금 산정 방식은 매우 유연하게 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승세 엘지에너지솔루션 전무(경영전략총괄)는 합의금에 대해 “당사는 현금이든 지분이든 수년에 걸친 로열티든 상관없다. 합의금 총액 수준이 근접한다면 에스케이의 사업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합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영업비밀 침해 사건과 관련해 이날 공개된 미국 국제무역위 최종 의견서는 에스케이가 엘지의 영업비밀 22개를 명백히 침해했다고 명시했다. 의견서는 “에스케이가 침해 기술을 10년 이내에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이나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며, 에스케이가 수입금지 기간을 1년으로 주장했으나 영업비밀 침해 없이는 제품을 독자 개발하는 데 10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해 미국 수입금지 기간을 10년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엘지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11개 카테고리·22개 영업비밀(전체 공정, 원자재부품명세서, 각종 제조 공정 등)을 그대로 인정했다.
그러나 에스케이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미 국제무역위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며 영업비밀 침해 판정에 여전히 불복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적극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에스케이는 입장문에서 “미 국제무역위는 여전히 침해됐다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어떻게 침해됐다는 것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고, 최종 의견서 어디에도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영업비밀 22개 범위 자체가 모호하다는 에스케이의 이 주장에 엘지는 “상세 내용은 영업비밀이라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배터리 거의 전 영역에 걸쳐 엘지의 기술이 침해됐다고 미 국제무역위가 명백히 인정했다”고 재차 반박했다.
미국 행정부는 국제무역위의 최종 결정에 대해 리뷰를 진행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종 결정(2월10일) 이후 60일 안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에스케이는 거부권 행사를, 엘지는 최종 결정을 번복하지 말 것을 각각 미 행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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