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최태원 신임 회장 취임식 및 타운홀 미팅에서 최 회장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동명 한노총 위원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대한상의 제공
“자발적인 재산 기부가 하나의 흐름으로 형성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장기적으로 (기업가들의) 재산 기부가 우리 사회 저변에 어떻게 확산될 수 있을지 모색하겠다.”
최태원(61) 신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의 회장으로 일하면서 국가·사회적으로 기업의 새로운 역할을 고민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로부터 시작된 기업인의 자발적인 재산 기부 운동을 사회에 확장하는 것도 “대한상의가 소통해야 할 하나의 주제”라는 얘기다. 전통 제조업 기반 대기업에서 이 흐름을 주도할 수는 없느냐는 질문에는 “기업가의 기부 문화를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또 “기업도 사회의 일부분”이라며 “사회적 가치나 이에스지(ESG·환경, 사회 책임, 지배구조) 경영이 기업 안에 내부화해 사회 신뢰를 회복하고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제품을 잘 만들고 수출 많이 하고 세금을 많이 내는 기존의 ‘사업보국’ 정신 이외에 기업을 향한 새로운 사회적 요구들이 있다며, “우리 기업가들의 머릿 속 정신에서 변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대한상의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갈등과 문제를 소통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대표 경제단체인 대한상의가 소통 채널을 확대하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풀뿌리 현장으로 내려가 경제·산업에서 새로운 문제 해결방식을 찾아보겠다”며, “산업·기업 차원에서 변화와 혁신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다시 정의하고, 여러 갈등과 문제들은 세밀한 측정과 의견수렴, 데이터에 기반해 해결 우선 순위를 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여러 부문의 의견을 먼저 수렴해야 미래 변화·혁신을 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사이의 이익공유제 도입 제안에는 “협력의 산물을 나눈다는 취지는 좋지만, (자발적인 방식이 아니라)법과 제도로 만들 경우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할 지도 따져봐야 한다. 무엇을 이익으로 규정하고, 누구와 무엇을 공유할 것인지도 모호하다”고 말했다.
이날 대한상의는 상의 회관에서 비대면 타운홀 미팅으로 최 회장의 취임식을 열었다. 미팅장에 설치된 약 10m 스크린에는 일반 국민부터 소상공인, 스타트업, 중소·중견·대기업, 시민단체, 정부 쪽에서 온 50여명이 랜선 미팅에 참석했다. 대한상의는 “새로운 대한상의가 기업의 의견만 구하지 않고, 기업의 역할에 대한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처음으로 ‘듣는’ 타운 홀 미팅을 열었다”며 “최 회장 스스로 자신의 취임 연설보다는 ‘경청’하는 타운홀 미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미팅 동영상에는 “한국경제도 언제나 봄날이면 좋겠네요”(전북 남원 국수집 사장), “스펙 없애고 역량 만으로 채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세요”(취업준비생), “사회와 공감하는 기업가 정신을 확립해 달라”(박병석 국회의장) 등 여러 사람들이 기업과 대한상의에 바라는 말이 담겼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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