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30일 이사회를 열고 박정호 부회장(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을 SK하이닉스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SK하이닉스는 박정호 부회장과 이석희 사장 등 2명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인데,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 부회장에서 이번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등기되면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박 부회장은 기업문화 부문을 맡으면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큰 그림의 전략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데 주력하고, 이 사장은 기술과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발, 투자·운영 등을 책임지게 된다.
그동안 박 부회장이 맡고 있던 이사회 의장은 하영구 선임 사외이사(전 시티은행장)가 맡는다. 하영구 의장은 “급변하는 세계 반도체 환경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날 ㈜두산은 사업부문 총괄(CBO) 곽상철 사장을 각자 대표로 신규 선임했다. ㈜두산은 이사회 의장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김민철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 곽 신임 대표이사 사장 등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이날 두산중공업도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관리부문장 박상현 부사장을 각자 대표로 신규 선임했다. 두산중공업은 박지원 회장과 정연인 사장의 2인 각자대표 체제에서 박 대표이사 부사장을 포함한 3인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법인 기업의 대표권은 단독 대표, 공동대표, 각자 대표 등이 있다. 공동대표체제는 대표이사들이 권한을 반드시 공동으로 행사·날인해야 법률적 행위 효력이 있는 반면, 각자 대표는 복수의 대표이사가 투자·계약체결 등에서 회사를 대표하는 권한을 단독·독립적으로 행사한다. 사업 영역이 분화되고 기업 규모가 커져 한 명의 대표가 기업을 이끌고 가기에는 어려워지거나, 오너 등 최고경영자의 독단적 권한 행사를 막고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사이의 견제와 균형 원리를 도모하기 위해, 또는 전문경영인 간 역할분담으로 빠른 의사결정 등 경영효율 제고를 위해 각자 대표 체제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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