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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탈통신’ 이통사 미래 먹거리, 스마트공장 시대 올라타다

등록 2021-04-05 04:59수정 2021-04-05 08:09

ICT기술로 모든 생산과정 통합한 첨단 지능형 공장
대기업 넘어 중소기업에도 확산…1만9799개 기업서 구축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풍림파마텍에 주요 임직원들과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멘토 등 30여명이 모였다. 지난해 최소잔여형(LSD) 주사기를 개발한 뒤 시제품 생산을 앞둔 시점이었다. 최소잔여형 주사기는 버려지는 양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늘과 주사기 본체를 나사 형태로 만든 특수 주사기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시제품 생산까지 걸리는 기간은 40여일. 그러나 풍림파마텍은 스마트공장 멘토들의 도움을 받아 휴일도 반납한 채 4일 만에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지난 1월 초 미국 화이자의 성능테스트를 통과한 뒤에는 제조 자동화와 시스템 개선 등 스마트공장 구축을 본격화해 자체 생산계획 대비 2.5배 많은 한 달 1000만개의 대량생산체계 구축에 성공했다.

지난달 29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 주사기로 인해 이날까지 애초 화이자 백신 물량이었던 5만8500명분보다 1880명이 더 많은 6만380명이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풍림파마텍 직원 10명은 지난달 31일 ‘이달의 한국판 뉴딜’ 인물로 선정됐다.

중기부, 2022년까지 3만개 구축 목표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한 ‘케이(K)-방역’의 사례는 또 있다. 코로나 19가 급격히 퍼지던 지난해 봄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자, 마스크 제조업체 레스텍은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멘토 7명의 도움을 받아 생산부터 포장, 물류까지 전 과정의 개선점을 찾아 나갔다. 센서를 개선해 포장 작업과 제조연월일 인쇄 작업을 하나로 이어지도록 하고 물류 동선을 최적화하는 등 스마트공장 체계를 도입한 결과, 레스텍의 마스크 생산량은 하루 13만장에서 35만장으로 늘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공장 구축이 활성화되고 있다. 스마트공장이란 제품의 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든 생산과정을 정보통신(ICT)기술로 통합해 최소 비용과 시간으로 고객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첨단 지능형 공장을 뜻한다. 정부는 스마트공장을 기초-중간1-중간2-고도 등 4개의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스마트공장 체계를 운영하는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생산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등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이에 중소기업벤처부(중기부)는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지원 사업을 벌이는 중이다. 현재까지 모두 1만9799개의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거나 자체 구축 등을 통해 스마트공장 체계를 도입했다.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2015년부터 자체적으로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벌여오던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중기부 등과 협력해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을 함께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멘토단은 제조현장 혁신, 환경안전 개선, 제조운영시스템 구축 등 스마트공장 도입뿐 아니라 판로개척과 인력양성 등의 종합지원 활동도 함께한다. 풍림파마텍과 레스텍 모두 이러한 사업을 통해 스마트공장 구축에 성공한 사례다.

이통 3사의 ‘미래 먹거리’된 스마트공장

삼성전자가 사회공헌 사업의 하나로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면, 케이티(KT)나 에스케이(SK)텔레콤, 엘지(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스마트공장 구축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보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공장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스마트공장이 5세대(5G) 등 빠른 통신 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까닭에 이들 통신사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통신 환경 구축에 더해 자동화 로봇이나 생산과정 디지털화를 위한 플랫폼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케이티는 지난해 별도의 네트워크 장비를 통해 일반 네트워크와 기업 내부망을 분리해 접속할 수 있는 ‘기업전용 5세대(5G)’ 서비스를 내놨다. 이와 함께 자동화 로봇인 ‘코봇’과 작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관리하는 ‘팩토리 메이커스’ 플랫폼도 출시했다.

지난해 케이티의 기업전용 5세대 서비스와 코봇, 팩토리 메이커스 패키지를 처음으로 도입한 곳은 자동차 부품에 쓰이는 초정밀 강구(Steel ball)를 생산하는 박원이다. 박원은 충북 제천 공장에 이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기존 방식으로 작업했을 때 시간당 225박스를 생산하던 게 시간당 313박스로 생산량이 39% 늘어나는 등 공정 효율성을 높였다. 알루미늄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인 린노알미늄도 같은 서비스를 도입한 뒤 코봇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함께 수작업으로 집계하던 생산정보를 자동으로 데이터화해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두 기업 모두 중기부의 지원 사업을 바탕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해 스마트공장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의 50%를 정부 지원으로 해결했다.

‘탈통신’ 전략의 한 축 차지

에스케이텔레콤도 지난해 제조기업 맞춤형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메타트론 그랜드뷰’를 출시하는 등 스마트공장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월 구독형 서비스인 ‘메타트론 그랜드뷰'는 모터 등 공장 안의 주요 설비에 센서를 부착해 회전수, 진동 및 전류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설비의 상태와 유지보수가 필요한 시점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서비스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메타트론 그랜드뷰의 설비 유지보수 최적화를 통해 평균 15%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며 “인공지능을 통해 설비 상태를 예측해 유지 보수하는 예지 보전 기능으로 주요 설비와 부품 수명도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최근 산업용 송풍기 생산기업인 동양에 메타트론 그랜드뷰를 적용하기로 했다.

엘지유플러스도 스마트공장 구축을 ‘탈통신’ 신사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지난 3월 19일 엘지유플러스 주주총회에서 황현식 엘지유플러스 사장은 “비투비(B2B·기업간거래) 영역에서 스마트팩토리·스마트모빌리티·뉴딜사업 등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엘지유플러스는 안산·구미·울산 산업단지에 △생산 공장에서 카메라로 찍은 제품 사진을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분석해 불량품을 자동으로 판정하고 분류해주는 ‘인공지능 비전검사 플랫폼' △갑작스러운 모터 고장을 방지하는 ‘모터진단 솔루션' △악취 및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을 실시간 모니터링해주는 ‘증강현실(AR) 기반 실감형 관제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 데이터 교육 우선 실시해야”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2022년까지 스마트팩토리 시장 규모는 국내 약 13조원, 세계적으로는 약 2천억 달러(한화 약 225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통사들의 원천 사업인 통신 환경 구축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이통3사의 스마트공장 플랫폼 사업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내 스마트공장의 확산을 위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스마트공장을 도입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중견·중소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5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스마트공장 플랫폼을 도입하더라도 이를 유지·관리할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사단법인 한국스마트팩토리데이터협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을 도입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 50인 이하의 작은 기업들은 이를 제대로 관리할 데이터 전문가가 없는 실정”이라며 “중소기업들이 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거나 데이터에 대한 교육을 우선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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