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사업 전면 철수를 선언한 엘지전자의 다음 행보는 어디로 향할까? 엘지전자가 공개한 사업부별 투자 계획과 그간의 흐름을 살펴보면 그 실마리가 드러난다.
6일 엘지전자의 최근 5년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를 포함해 5년 간(2017~2021년)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생활가전(H&A) 부문이다. 2017년부터 2021년(예상)까지 생활가전 부문 누적투자액은 4조2660억원이다. 같은 기간 엘지전자의 총투자액(17조1872억원)의 24.8% 수준이다. 다른 사업부문 투자액을 압도한다.
생활가전 사업부는 집중투자에 깜짝 실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콕’ 환경이 조성된 지난해엔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엘지전자 영업이익 총액(3조1950억원)의 73.6%가 생활가전 사업부(2조3526억원)에서 나왔다. 이 사업부가 엘지전자의 캐시카우(Cashcow)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휴대전화 사업 철수에 따라 생긴 잉여 자금은 효자 사업부인 생활가전 쪽에 좀더 배정될 가능성이 있다. 사업 철수가 확정되기 전에 작성된 ‘2020 사업보고서’에 제시된 올해 투자 예상액(9957억원)도 이미 지난해보다 1.4배 더 많다. 엘지전자는 최근 신제품 개발뿐 아니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가전제품 제어 기술 발전에 부쩍 힘을 쓰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두면 생활가전 사업부의 투자액은 애초 세운 계획을 더 웃돌 것으로 보인다.
전장(VS)부문도 투자 증액이 유력시 된다. 엘지전자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5년 간 누적 투자액은 4조원 수준이다. 생활가전 사업부와 엇비슷하고 엘지전자의 또다른 주력 사업부인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 투자액의 4배에 이른다. 전장부문 매출 비중이 9%에 머물고 적자를 내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두면, 엘지전자 경영진이 전장 부문의 미래 성장성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엘지전자가 휴대전화 부문 ‘매각’이 아닌 ‘철수’를 선택한 배경도 모바일 분야 원천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이 기술은 자율주행과 텔레매틱스(차량 무선 인터넷 서비스) 등 전장 사업 확대에 반드시 필요하다. 엘지전자는 지난 5일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커넥티드카,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기술 대응을 위해 모바일 부문 핵심기술은 보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휴대전화 사업 철수에 따른 사업 구조 개편은 내년에 가시화될 전망이다. 자산 정리와 구조조정 등 사업 철수에 뒤따르는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케이비(KB)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31일 펴낸 보고서에서 “엘지전자는 전장부품 중심의 성공적인 사업구조 전환으로 중장기 주가 재평가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보고서에서 “(중장기) 투자포인트는 전장 사업부의 성장과 흑자전환에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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