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씨유(CU) 운영사 비지에프(BGF)리테일 사원 및 팀장 114명은 26일부터 일주일 동안 면접관 교육을 받는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의 면접 전형에서 면접관으로 ‘선발’되기 위해서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이 회사는 공채를 진행할 때 임의로 팀장급 실무 면접위원을 선정한 뒤, 향후 채용 절차를 고지하고 면접 당일 간략하게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것으로 면접관 교육을 갈음했다.
이번 공채부터는 ‘예비 면접관’들이 기본·운영·기초·심화역량 등 4개 부문으로 나뉜 모두 13가지 내용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면접관 교육이 대폭 강화된 셈이다. 교육 마지막 과정에서는 면접관끼리 입사 지원자와 면접관 역할을 정하고 ‘모의 면접’도 진행한다. 이를 외부 인사(HR) 전문가가 지켜보고 평가와 피드백을 한 뒤, 최종적으로 모든 과정을 일정 성적 이상으로 수료한 이들만 입사 지원자의 면접에 참여할 수 있다. 실무진이 일주일이나 현업에서 빠져 면접관 교육을 받는 데도 끝내 면접 장소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비지에프처럼 최근 사내 면접관 교육을 강화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으로도 한 차례 불거진 ‘면접관 리스크’가 점점 중요해지면서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11월에 채용 면접에서 여성 면접자들에게 “군대에 가지 않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성차별적 질문을 던졌고, 이런 ‘면접 후기’가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지난달 ‘불매 운동’까지 이어지는 등 사회적 논란이 됐다. 이에 최호진 사장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면접관에 대한 내부 교육을 강화하고, 제도와 절차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크라운해태제과도 기존엔 간략하게 ‘면접 질문 스킬’ 위주로 실무 면접관을 교육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채용연계형 인턴 채용 면접에 앞서 최근 처음으로 면접관 대상 ‘사례 교육’을 실시했다. 크라운해태 관계자는 “지원자의 외모나 출신지역, 가족 관련 질문 등 절대 하면 안 되는 질문 등을 뽑아 미리 면접관들을 상대로 사례 교육을 했고, 면접 직전에 이런 내용을 다시 한번 주지시켰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성차별 면접, 갑질 면접 등의 논란에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지난달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26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응답자 80.1%가 “갑질 면접 논란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면접관들은 면접 때 “자기검열을 강화하고 있다”(69.9%)고 답했다. 정작 면접관 교육이나 관련 매뉴얼을 제공하는 기업은 10곳 중 3곳(29.9%)에 그치면서 ‘제도적 지원’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규모별 편차가 컸다. ’면접관 교육을 받거나 매뉴얼이 있다’고 응답한 대기업은 전체의 62.5%에 이르렀으나, 중소기업은 23.1%에 그쳤다.
롯데그룹의 경우엔 실제 채용 면접과 별개로 취업을 앞둔 대학 4학년 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을 모아 별도로 ‘모의 면접’을 진행하고, 이들한테 실무 면접관의 태도나 질문 등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면접 실무진 관리는 철저히 교육과 투자의 문제”라며 “인사 담당자가 채용 전후로 취업준비생들의 (온라인) 카페도 모니터링하며 지속해서 관련 교육을 개선한다”고 말했다. 면접관 교육에 힘을 쏟는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지원자들이 면접을 보고 나가면 다 고객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면접 과정에서 불쾌한 경험이 발생하면 ‘평생 고객’을 잃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람인 관계자는 “한때 (지원자를 몰아붙여 곤란하게 만드는) ‘압박 면접’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지만,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막말할 권리까지 가진 건 아니다”라며 “지원자와 면접관 양쪽 모두 기업의 성장을 도모할 동료를 찾는다는 관점을 바탕으로 기업이 면접관 교육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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