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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오보 낳은 ‘실적 자랑’…LG생건의 이상한 해명

등록 2021-04-28 04:59수정 2021-04-28 09:41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이로써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61분기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64분기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 22일 엘지(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작성한 IR자료와 보도자료에 이런 표현을 썼다. 시장과 언론에선 다시 한번 ‘차석용 매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61분기는 15년3개월, 64분기는 꼬박 16년이라는 세월이다. 2005년 1월 차 부회장이 취임한 이래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내내 성장했다는, 실로 믿기지 않는 ‘매직’이다.

이에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3일 ‘64분기 연속 무적’이라는 제목으로 엘지생건 실적 관련 보고서를 썼다. “64분기 연속 전사 이익이 증가했다. 어떠한 외부 충격도 엘지생활건강의 이익 증가를 막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한겨레>를 비롯한 수십여개 매체에서도 부침 없이 굳건한 엘지생건의 ‘연속 성장 행렬’에 대해 쓰지 않을 수 없었다. 23일 하루에만 엘지생건 주가는 7만2천원(4.7%)이 올랐다.

문제는 이게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국내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5년 이후 지금까지 엘지생건의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역신장’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실제 엘지생건 분기별 실적 공시를 보면, 2014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도 1분기와 견줘 12.6% 줄었다. 매출도 2017년 2분기와 2020년 2분기에는 각각 4.2%, 2.7%씩 전년도 2분기보다 감소했다. 그럼에도 엘지생건은 대외적으로 분기 숫자를 늘려가며 성장세를 강조한 셈이다. 덕분에 다수 언론은 ‘오보’를 냈다.

가벼운 실수일 수도 있었다. 핵심 정보인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거짓으로 꾸민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 대한 엘지생건의 태도는 논란을 키운다. 애초 표현에 ‘연속’이라는 표현이 없으니 문제가 없다는 태도라서다. 임태은 엘지생건 홍보팀 파트장은 <한겨레>에 “IR팀과 협의해, ‘연속’이라는 부분을 자료에서 뺐다”며 “연속 성장이 맞느냐고 물어보시는 기자분께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엘지생건은 해당 자료에 ‘61분기 성장’ 등의 표현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기자들이 ‘61분기 연속 성장’으로 받아들이게끔 한 뒤, 오해를 방치했다. 이 표현을 해석해 ‘알아서’ 연속 성장이라고 쓴 매체와 기자들에게는 사실이 아니라고 알리지 않았다.

27일 기준 엘지생건은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18위(24조5206억원)의 대형 상장사다. 차 부회장 취임 당시 5만원이던 주가는 현재 157만원이다. 게다가 지난 16년간 역신장한 경우가 불과 세 차례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뛰어난 기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러 숫자를 만들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회사인데, 팩트를 벗어난 자랑을 한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얘기를 들은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공시가 아닌 IR자료에서 매출·영업이익 같은 ‘수시공시’ 대상이 아닌 내용에 관해서 허위 또는 오인하게 쓴 내용만 가지고 자본시장법으로 제재하긴 어렵죠. 넓게 보면 ‘사람을 기망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이니까 따지자면 형법상 사기가 법리에 더 맞지 않을까요?”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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