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사내망에서 ‘임직원 조회’를 하면, 이메일 계정까지 보유한 로봇 소프트웨어(RPA) 사원 3명(?)이 검색된다. 대한통운 제공
사원명: RPA 01, RPA 02, RPA 04.
씨제이(CJ)대한통운에는 이름이 독특한 사원 3명(?)이 있다. 사내망에서 임직원 조회를 하면 씨제이그룹 계열사가 공통으로 쓰는 ‘@cj.net’로 끝나는 이메일 계정까지 보유한 ‘진짜’ 사원이다.
이 사원들의 정체는 대한통운에서 사용하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대한통운은 최근 RPA를 물류센터 운영과 수송, 택배 등 모든 사업분야에 도입했다고 13일 밝혔다. 흔히 ‘소프트웨어 로봇’으로 불리는 RPA는 단순 반복업무를 사람 대신 수행하는 데 특화돼 있다. 매일 특정 데이터를 취합하는 것과 같은 업무가 대표적이다. 대한통운은 국가간 통관에 필요한 서류나 송장 등을 작성할 때 이런 RPA의 도움을 톡톡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RPA 도입으로 단순 반복업무를 하는 연간 5600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5600시간은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사람 1명이 2년 동안 일해야 하는 시간이다.
대한통운은 로봇이 일을 너무 잘한 나머지 이메일 계정까지 준 걸까. 대한통운 관계자는 “단순 업무를 처리하려해도 기본적으로 사내망 접속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스템상 RPA에도 로그인할 수 있는 계정을 부여해 이메일 계정도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통운 직원들은 ‘사원명’으로 조회되는 RPA마다 고유번호 01~04가 붙었지만, ‘03’만 없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이에 “3번은 퇴사한 것 아니냐”는 우스개도 나온다. 대한통운에 물어보니, 3번 로봇은 이직이나 퇴사한 건 아니라고 한다. 대신 이 로봇은 주된 업무를 수행하는 나머지 로봇을 ‘보조’하는 역할을 해, 계정을 따로 쓸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다. 대한통운에는 현재 과업을 수행하는 이들 로봇을 관리·감독하는 ‘팀장’ 개념의 로봇까지 5대가 ‘근무’ 중이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RPA 도입으로 고부가가치, 핵심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업무환경 구축으로 효율성 향상이 가능해졌으며 지속적인 프로세스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