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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안 준 전세보증금 올해 5368억…8월 역대 최고액

등록 2022-09-12 15:19수정 2022-09-12 17:12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사고 511건
보험가입자 늘며 매년 사고액 증가
‘깡통 전세’ 속출로 더 늘어날 듯
임차권 등기명령도 5년새 2.5배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빌라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빌라의 모습. 연합뉴스

집주인이 전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금액이 지난달 1089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이 내린 임차권 등기명령도 올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해 상반기에 5천건을 넘어섰다.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계를 보면, 8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 사고금액은 1089억원, 사고 건수는 511건이었다. 2013년 9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 출시된 이래로 역대 최대금액이자 최다 건수다. 올 1∼8월 누적 사고액은 5368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사고액 5790억원에 육박한다. 연간 사고액은 2016년 34억원에서 2017년 74억원, 2018년 792억원,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으로 매년 크게 늘었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은 집주인이 전세계약이 해지·종료됐는데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가입자(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위 변제하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보험 상품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건수와 금액이 증가하는 것은, 확정일자나 전세권 설정 등 법적 대항력만으로는 보증금 불안이 여전해 보종보험에 가입하는 세입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발급 건수는 2015년 3941가구에서 지난해 23만2150가구로 크게 늘었다. 이에 더해 최근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전세’도 나타나고 있어 보증사고 규모는 더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리 대상에 오른 ‘악성 임대인’(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의 피해자 4명 가운데 3명은 20∼30대인 것으로도 나타났다. 악성 임대인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대위변제 건수가 3건 이상이고 미회수액이 2억원이 넘는 집주인이다.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203명이 악성 임대인으로 분류됐고, 이들에게서 피해를 본 세입자는 총 3761명, 이 가운데 30대 이하는 2808명으로 74.7%였다. 악성 임대인이 반환하지 않은 보증금은 총 7275억원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회수한 액수는 14%인 1018억원에 그친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세입자가 법원에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 받아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전국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1216건이었다. 5년 전인 2017년 488건이었던 데 견줘 2.5배 늘었다. 특히 서울의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63건으로 2017년 6월(106건)에 비해 3.4배로 늘었고, 경기·인천 신청 건수는 554건는 5년 전(114건)보다 4.9배에 이른다. 법원이 임차권 등기명령을 하면 세입자는 보증금 우선 변제권을 유지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다른 거주지를 구할 수 없는 세입자가 상당수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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