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제공
“이렇게 분양가에 관계없이 중도금 대출을 다 허용할 수 있었다면 속히 결정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출이 안되어 둔촌주공 청약을 포기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정부에 속았다는 자괴감이 듭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거주하는 정아무개씨는 국토교통부가 3일 새해 업무계획에서 신규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분양가에 관계없이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혹감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분양된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면적 84㎡형에 청약하려다가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탓에 청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27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을 돕기 위해 신규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허용 기준을 종전 9억원에서 12억원 이하로 상향하기로 했고, 11월21일부터 새로운 기준이 시행됐다. 하지만 그 직후인 12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며 분양시장에 나온 둔촌주공 전용면적 84㎡형은 분양가격이 12억4천만~13억2천만원선으로 책정돼 중도금 대출이 막혔고, 정씨처럼 목돈을 쥐고 있지 않은 수요자들은 자금조달이 어렵다고 판단해 무더기로 청약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둔촌주공 일반 분양은 ‘부모찬스’ 등으로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수요자들만의 잔칫상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약 결과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3.7대 1로 저조했다. 그런데 이후 한 달여만에, 10월 정부 발표 기준으로는 두 달여만에 중도금 대출을 전면 허용하기로 정부 방침이 바뀐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3일 발표된 정부의 규제 완화 대책에 따라 둔촌주공이 최대 수혜지가 됐다고 지적한다. 정부 방침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오는 3월 보증규정을 변경할 예정인데, 새 보증규정 시행일 이후 도래하는 중도금부터는 이미 분양된 아파트 단지라도 대출이 가능해진다. 둔촌주공의 1차 중도금 납부 시기는 오는 6월이어서 첫 중도금부터 대출이 가능하다.
둔촌주공은 또 이번 대책에 따라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당첨일로부터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고, 정부 발표대로 주택법 개정이 이뤄지면 2년간의 실거주 의무도 사라질 전망이다. 계약자의 사정이 생기면 입주 전에 분양권을 팔 수도 있고, 입주 때 전세를 줄 수도 있게 돼 잔금 조달도 쉬워졌다. 이는 이달 3~17일 진행되는 둔촌주공의 계약에도 영향을 끼쳐, 계약률이 다소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