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보유세 3년 전보다 적을 수도…공시지가 14년 만에 하락

표준주택·표준지 2023년 공시가격 확정
공시지가 5.92%↓…종부세 손질 효과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일대 단독주택, 빌라촌. 김혜윤 기자 [e-mail]

보유세 등의 부과 기준이 되는 표준 단독주택(표준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5.95% 내린 수준으로 확정됐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5.92% 하락했다. 표준주택과 표준지 공시가격이 하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했던 지난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여기에다 정부의 보유세 부담 완화 조처까지 겹치면서 올해 단독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1일 기준 전국 표준주택 공시가격과 표준지 공시지가를 25일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예정 공시한 하락 폭 그대로다. 공시가 열람 및 의견 청취 기간에 들어온 의견은 5431건으로 지난해보다 53%나 줄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2023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표준주택과 표준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53.5%, 65.4%가 각각 적용됐다.

올해 공시가격 인하에다 지난해 말 정부가 종부세를 손질한 효과까지 더해져 올해 단독주택의 보유세 부담은 2020년 수준 이하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말 1가구1주택 종부세 대상자를 공시가격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고, 다주택자 기본공제를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렸다. 또 2주택자의 종부세 중과세율(1.2~6.0%)을 폐지하고 일반세율도 종전 0.6~3.0%에서 0.5~2.7%로 낮췄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올해 공시가격이 19억1900만원으로 지난해(21억3300만원)에 견줘 10.45% 하락한 서울 양천구 목동 단독주택 보유자(1주택자이고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 없다고 가정)의 올해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부담액은 559만8천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184만원가량(23.5%) 줄어들고, 2020년 부담액(733만원)보다 더 작다.

표준지 공시가격도 올해 평균 5% 이상 하락하면서 토지 부문의 보유세 부담도 줄어든다. 공시지가 1위인 서울 충무로1가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공시지가가 지난해 319억9770만원(㎡당 1억8900만원)에서 올해 294억7513만원(㎡당 1억7041만원)으로 7.87% 하락했다. 이에 올해 보유세는 1억9760만8천원으로 지난해(2억3066만8천원)보다 16.5% 낮아질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오는 3월17일부터 열람에 들어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두자릿 수의 하락 폭이 예상됨에 따라 보유세가 2020년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제액이 늘어난 고가 1주택자와 중과세에서 벗어난 2주택 보유자의 세부담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확정된 표준주택 25만호의 공시가격을 보면, 서울(-8.55%)의 공시가격이 가장 크게 떨어졌고 경기(-5.41%), 제주(-5.13%), 울산(-4.98%)의 낙폭이 컸다. 소유자 등 의견 제기에 따라 대전 표준주택의 공시가격 하락 폭이 -4.84%에서 -4.82%로 조정됐고, 세종(-4.17%→-4.26%), 경북(-4.10%→-4.11%)은 하락 폭이 다소 확대됐다. 56만 필지에 이르는 표준지 공시지가는, 시도별로 경남(-7.12%), 제주(-7.08%), 경북(-6.85%), 충남(-6.73%) 차례로 하락 폭이 컸다. 표준주택과 표준지는 개별주택 및 개별토지 공시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주택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활용해 개별주택(개별토지)의 가격을 오는 4월 말까지 산정하게 된다.

최종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