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판교 산운마을 공공주택 단지. LH 제공
윤석열 정부의 공공주택 브랜드인 ‘뉴:홈’을 내세운 수도권 공공분양주택이 첫 사전청약에 들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공공분양주택은 문재인 정부 당시 확보된 공공택지에서 나오는 물량이지만, 이번 정부 들어 주택 유형을 재정비하고 미혼청년 특별공급을 신설하는 등 청년과 신혼부부의 청약 기회를 늘린 게 특징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공공분양주택 50만호 공급계획’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었던 역세권 첫집, 청년원가주택을 ‘나눔형’ 공공분양으로 통합해 2027년까지 5년간 25만호를 공급하기로 했고, 기존 공공분양은 ‘일반형’으로 구분해 15만호 공급계획을 내놨다. 여기에 6년 임대 후 분양전환이 가능한 ‘선택형’을 새로 도입해 10만호 공급하기로 했다. 또 지방공기업도 토지는 사업시행자가 소유한 채 주택소유권(지상권)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처럼 달라진 공공주택 정책에 맞춰 이달부터 뉴:홈 사전청약이 시작됐다. 경기 고양 창릉지구와 남양주 양정역세권에서는 나눔형이 나왔고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서는 토지임대부주택이 11년 만에 첫선을 보였다. 이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공공자가주택에 대한 수요자들의 반응, 청약 결과, 향후 공급 추이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청약 접수를 시작한 고양 창릉지구 나눔형주택(877호)은 지난 6~10일 특별공급 청약 결과 평균경쟁률이 17.7대 1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다. 오는 13~17일에는 일반공급 청약이 예정돼 있는데, 일반공급의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공급은 전체 물량의 20%인데, 이 가운데 20%는 추첨제로 공급돼 청약저축 불입액이 적은 수요자들도 당첨을 기대해볼 수 있다. 양정역세권 나눔형 주택(549호)도 13~17일 일반공급 청약을 받는다.
나눔형 주택 특공에 청년·신혼부부 등 청약자가 많이 몰린 것은 시세 대비 비교적 낮은 분양가격이 요인으로 꼽힌다. 고양 창릉지구(S3블록) 나눔형 주택의 경우 추정 분양가격은 전용면적 55㎡가 3억7649만원, 59㎡는 3억9778만원, 84㎡는 5억5283만원으로 제시됐다. 이는 최근 집값 하락으로 정부가 공언했던 시세의 70% 이하에는 못 미치지만, 84㎡ 기준으로 최근 주변 실거래가의 74~85% 수준에 이르는 분양가다. 창릉지구와 같은 생활권으로 광역급행철도(GTX) 창릉역(예정)에 인접해 있는 원흥동일스위트 아파트 84㎡는 올해 들어 6억4천만~7억5천만원에 실거래됐다.
초장기 대출상품인 전용 모기지가 적용되는 것도 나눔형의 특징이다. 최대 5억원 한도 안에서 분양가의 80%를 최장 40년 동안 저리의 고정금리(연 1.9~3.0%)로 빌릴 수 있어 초기 자금 부담이 적은 편이다. 다만, 청년이나 신혼부부의 경우 모기지 원리금 상환 부담을 잘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분양가 4억2천만원인 주택에 대해 80%인 3억3600만원을 40년간 연 3% 이자로 빌리는 경우 입주자가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은 월 120만원(연 1440만원)에 이른다. 일반 주택과 달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받지 않지만, 본인의 소득 규모에 견줘 매달 지불가능한 원리금 상환액를 계산하고 대출 한도를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눔형은 5년 의무 거주가 적용되고 그 뒤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되팔 수 있지만 이때 시세 차익의 30%는 엘에이치에 귀속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추정 분양가로 오는 2026년 계약을 체결하고 입주한 뒤 5년이 지나면 분양가에 이자비용을 더한 투자비용 대비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집값이 하락하는 경우에는 손실이 발생하고 그렇지는 않더라도 시세 차익의 30%를 반납하면 수익률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청약종합저축 장기 가입자인 실수요자들은 나눔형 주택의 일반공급 청약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고양 창릉지구 나눔형 주택의 경우 본청약이 2026년 3월, 입주는 2029년 예정으로 장기간 기다려야 입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정역세권 나눔형 주택은 2028년 1월 본청약, 2030년 입주하는 일정이어서, 사전예약 당첨 뒤 대기하는 기간이 더 길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소득, 입주자저축 가입 기간, 자녀 수 등을 따지는 가점이 높아 당첨권에 근접한 청년과 신혼부부라면 신도시보다 연내 공급될 서울 도심권 물량을 노려볼 만하다”며 “사전청약 당첨자는 본계약 전까지 언제든지 이를 포기하고 다른 주택을 분양받는 것도 가능해, 향후 주택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갈아타기’ 여부를 결정해도 된다”고 말했다.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서울에 등장하는 토지임대부주택이 시장에서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도 관심을 모은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이달 말 사전청약을 받을 예정인 이 주택은 고덕강일3단지로, 전용면적 59㎡ 500호가 나온다. 청약은 이달 27~28일 특별공급, 다음달 2~3일 일반공급 1순위 차례로 이뤄진다.
에스에이치가 토지를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이 주택은 분양가에서 땅값이 빠지는 만큼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는 저렴하다. 전용 59㎡의 추정 분양가는 3억5537만원으로 제시됐고 입주자가 내야 하는 토지임대료는 월 40만1천원으로 추정됐다. 사전청약에서 예비입주자로 선정되면 2026년 8월 본청약에 이어 이듬해인 2027년 3월 입주하게 된다.
에스에이치가 월 40만원 수준의 토지임대료를 제시했지만 실제 임대료는 본청약 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은 토지임대부주택의 임대료 상한은 토지 조성원가 또는 감정평가액에 은행의 3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이자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현재 개정을 추진 중인 주택법 시행령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등 사업주체가 입지 특성을 고려해 차등책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고덕강일3단지 토지임대부주택의 건물 분양값이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에스에이치가 공개한 고덕강일14단지의 전용 59㎡의 분양원가는 3억2649만원, 건물가격은 2억원이었다. 같은 지구 내 공공주택 원가에 견줘 이번 토지임대부주택의 건물 분양가격이 77.5%나 비싼 셈이다. 에스에이치 쪽은 “시범단지인 만큼 주차장, 조경, 자재 등 품질 고급화에 비용이 투입돼 건축비가 다소 올라갔지만 입주자들의 만족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지임대부주택의 전매제한은 10년 이내, 거주의무 기간은 5년 이내에서 따로 정해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토지임대부주택 공급 촉진을 위해 거주의무 기간을 나눔형 주택과 같은 5년 이내로 하고, 전매제한 기간 이후에는 시장에 자유롭게 팔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에스에이치의 토지임대부주택 실험이 성공할지에 대해 아직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이긴 하지만 토지임대료로 인해 주거비 부담이 있는 데다, 소유권이 온전하지 않은 탓에 집값도 일반 분양주택보다 낮게 형성될 수 있어서다. 다만, 임대주택과는 차별화된 공공자가주택의 한 유형으로, 수요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측면에서는 토지임대부주택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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