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본보기집. GS건설 제공
정부의 연초 ‘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에서 첫 분양된 민영 아파트 청약에 수요자들이 대거 몰렸다. 주택 거래시장 침체 속에서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신호탄인지 주목된다.
8일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을 보면, 전날 일반공급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아파트 98가구에 청약자 1만9478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이 198.8대 1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59㎡에이(A)는 18가구 모집에 6424명이 신청해 일반공급 주택형 가운데 가장 높은 356.9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전용면적 84㎡A는 17가구 모집에 3115명이 지원해 18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나머지 주택형들도 10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공급에서도 87가구 모집에 4995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이 57.4대 1에 달했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3411만원으로 전용 59㎡가 8억6천만 원대, 84㎡ 가 11억7천만원 대에 나왔다. 최근 하락한 인근 아파트 실거래가와 견줘선 조금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단지는 정부가 지난 1월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한 이후 서울에서 처음 분양하는 물량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이 이뤄졌고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하락세가 점차 둔화하는 상황이어서, 신규 아파트 분양에 관심있는 수요층의 반응이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됐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번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에 많은 청약자들이 몰린 것은 정부의 규제 완화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3년에서 1년(예정)으로 줄어들었고 1주택자도 기존주택을 처분하지 않아도 1순위로 청약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장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가 쉬워지면서 투자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서울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리면서 전용면적 85㎡이하 중소형에 추첨제 60%가 적용된 점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청약자가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등 특공에도 많은 청약자가 몰린 것은 일단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다는 방증”이라며 “이달부터 서울에서 본격적인 분양 물량이 나올 예정이어서,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심리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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