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최근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실거래값이 직전보다 상승한 매매 거래가 늘어나는 등 지난해 4분기 이후 얼어붙었던 주택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어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금융인 특례보금자리론 흥행 등이 맞물린 영향으로 진단하면서도, 전반적으로는 경기침체 우려와 고금리 요인으로 인해 집값이 반등하기보다는 보합 내지 하락세를 좀더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부동산 업계 말을 종합하면, 최근 서울시내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실거래값이 오른 매매거래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송파구의 대단지 아파트인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99㎡는 지난달 23일 18억9천만원(28층)에 거래돼 직전 고층 매매거래 최저가(직거래 제외)였던 지난해 12월 16억5천만원(21층)에 견줘 2억4천만원 상승했다. 이 주택형은 지난달에만 9건의 거래신고가 이뤄지는 등 최근 매매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 84.99㎡는 지난달 11건의 매매신고가 올라온 가운데 25일 직전 거래가보다 높은 20억7천만원에 팔렸고, 지난달 초에는 최고 21억4천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재건축 단지인 잠실 주공5단지 전용 82.61㎡는 지난달 28일 25억76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9월 16일(26억7600만원) 이후 가장 비싼 값에 팔렸다. 강동구에선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59㎡가 지난달 10억9천만원(4층)에 거래돼 지난해 12월 9억3천만원(4층)에 견줘 두 달 만에 1억6천만원이 올랐다.
이처럼 일부 아파트 단지 실거래값이 오르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맷값 하락세도 둔화하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지난주(-0.24%)보다 낮은 0.21% 떨어지며 4주 연속 낙폭이 축소됐다. 부동산원은 “선호도 높은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완만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급매물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상 이날까지 신고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1845건이다. 2월 거래된 주택의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월 거래량이 2천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2021년 10월(2198건)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최근 서울 주요단지 아파트 실거래값이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은 정부의 규제지역 해제 등 전방위 규제완화, 지난 1월말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주택구입자금 2만9천건(7조원)이 신청된 특례보금자리론 흥행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영향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7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언급한 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으며, 수출 부진에 따른 경기위축 우려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미분양 물량이 많지 않은 서울에서는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의 회복 속도가 빠르겠지만, 기존 주택시장은 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매수‧매도자들의 희망 가격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당분간 약보합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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