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연구개발센터는 중소건설사 누구나 신기술 개발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오픈 공간입니다. 아무래도 업계에선 고질적인 문제인 아파트 층간소음과 입주자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실내 환기시스템 등에 관심이 크죠”
18일 세종시 가람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에서 만난 김길태 센터장은 엘에이치 뿐만 아니라 중소건설사들도 공동주택의 품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고 이 센터를 소개했다.
정부와 엘에이치가 503억원을 들여 2019년에 문을 연 연구센터는 1만9천㎡터에 3개의 실험동을 갖춰, 엘에이치와 중소기업들의 주택성능 실험장이자 주택사업 관련 실무자들에게는 공동주택 성능실험을 직접 볼 수 있는 체험학습장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층간소음 실험장에는 경량 충격음(다양한 도구 등으로 바닥을 칠 때 전달되는 소음)과 중량 충격음(공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전달되는 소음) 등이 아파트 윗층에서 아래층으로 어느 정도 크기로 전달되는지 직접 실험하고 체험할 수 있었다. 위층에서 도구로 바닥을 치자 들려온 소음은 100 데시벨(㏈)에 이를 정도로 소리가 컸다. 100 데시벨은 자동차 경적소리 수준이다. 그런데 이어 최근 친환경매트 소재로 널리 쓰이고 있는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 소재 바닥매트를 깔고 똑같이 실험했더니 소리가 거의 안들릴 정도로 소음이 확 줄었다. 김 센터장은 “층간 소음이 심한 기존 아파트에선 바닥매트를 사용하는 게 입주자간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통풍 실험실에서는 아파트 실외기실의 통풍구를 닫았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시연이 이뤄졌다. 연구진이 연구실 조명을 끄고 특수 조명을 실외기실에 비춘 채 실험했더니, 통풍구를 반만 닫았는데도 가동 중인 에어콘 실외기가 탁한 공기를 밖으로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모습(사진)이 연출됐다. 에어컨을 가동할 때는 통풍구를 다 열어두는 게 좋다는 얘기다.
엘에이치는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 발맞춰 층간소음으로 인한 국민 불편 최소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국민주거혁신실’을 신설하고 층간소음 개선과 주택품질 혁신을 전담할 테스크포스팀(4개 분과 26개 부서)을 구성했다. 엘에이치는 자체 기술 개발과 함께 민간과 손잡고 현장 적용성이 높은 층간소음 저감 바닥구조를 새롭게 개발하는 등 2025년까지 층간소음 저감설계 1등급(중량·경량 충격음 37㏈이하)을 현장에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는 즉각적인 층간소음 성능 개선을 위해 바닥두께 기준을 21㎝에서 25㎝로 높이고 공공주택인 ‘뉴:홈’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이어 라멘구조(기둥+보)와 벽식구조를 결합한 엘에이치형 복합구조(LHSP구조)를 시범적용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수진 엘에이치 국민주거혁신실장은 “층간소음이 대표적인 국민 불편사항이 된지 오래됐으며, 이제는 적극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전사적인 역량을 결집해 층간소음으로 인한 국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엘에이치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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