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단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올해 상반기에 전세계약을 맺은 서울 아파트의 54%가 2년 전에 견줘 1억원 가량 전셋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전셋값이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역전세’ 차액이 좀더 늘어나 집주인이 재계약이나 신규 계약으로 전세를 유지하려면 1억3천만원가량의 보증금을 추가로 마련해 기존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것으로 예측됐다.
12일 부동산아르(R)114가 2021년 상반기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 6만5205건(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기준) 가운데 올해 들어 6월 현재까지 동일 단지·주택형·층에서 1건 이상 거래된 3만7899건의 보증금을 비교한 결과, 54%인 2만304건이 직전 계약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역전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거래의 보증금 격차(보증금 차액)는 평균 1억152만원에 달했다. 집주인이 갱신 또는 신규 계약을 하면서 기존 세입자에게 신규계약보증금에 견줘 평균 1억원, 전체 규모로는 총 2조1천억원이 넘는 보증금을 더 돌려준 셈이다.
구별로 보면, 전셋값이 높은 강남권의 보증금 반환 차액이 상대적으로 컸다. 서초구 아파트의 보증금 반환 차액이 평균 1억6817만원, 강남구가 1억6762만원, 송파구 1억4831만원 차례로 많았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에서도 신규계약보증금에 비해 평균 4645만원, 도봉구는 5214만원을 더 기존 세입자 보증금으로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98㎡는 2년 전 신규 전세 보증금이 20억~2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는 14억~15억원 선으로 하락해 격차가 5억원 이상 벌어졌다.
올해 하반기 역전세 현상이 확산될지, 줄어들지는 향후 전셋값 등락이 좌우할 전망이다. 부동산아르114가 2021년 하반기에 계약된 서울 아파트 7만2295건 중 올해 상반기에 같은 단지·면적·층에서 거래돼 전셋값 비교가 가능한 2만8364건을 따로 분석했더니, 현재의 전셋값 수준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하반기 계약의 58%가 역전세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내줘야 하는 예상 보증금 차액도 평균 1억3153만원으로, 올해 상반기 보증금 차액(1억152만원)보다 30% 늘어난다. 만일 하반기 전셋값이 지금보다 5% 오른다면 역전세 비중은 49%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고 반대로 전셋값이 5% 하락하면 역전세 비중은 68%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다만 최근 시중금리 안정과 전세 수요 증가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여만에 상승 전환하는 등 전세시장 기류가 바뀌고 있어 하반기 역전세난이 더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진단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5월 넷째주에 1년 4개월만에 상승한 뒤 지난주까지 3주 연속 소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낮아질수록 전세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빌라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 전세 수요는 지금보다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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