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 “건설업체 폭리” 주장…‘거품 논란’ 가열
택지지구 땅값 비중 수도권 29%-지방 15%
택지지구 땅값 비중 수도권 29%-지방 15%
2001년 경기 용인 신봉동천지구에서 분양한 ㄷ사의 33평형 아파트의 평당 가격은 542만원이었다. 2002년 용인 죽전지구에서 분양한 ㅇ사의 34평형은 640만원으로 ㄷ사보다 평당 100만원 정도 비쌌다. 토지공사는 ㄷ사에 택지를 평당 158만원, ㅇ사에는 평당 7만원 비싼 165만원에 공급했다.
이들 지구는 표준건축비(평균 평당 211만원)가 같고 내·외장재의 가격 차이도 거의 없었다. 따라서 ㅇ사가 평당 100만원 정도의 이익을 더 남긴 셈이다.
한국토지공사 국토도시연구원은 1일 2000년 이후 공급된 전국 17개 택지개발지구의 아파트 분양값과 택지비를 비교·분석한 결과, “아파트 분양가에서 택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수도권은 평균 29%(평당 229만원), 지방은 15%(평당 74만원)에 불과해 땅값이 비싸 분양가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건설업체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건설업체들은 “인건비 상승, 고급자재 사용 등 분양가 인상 요인은 여러가지”라며 “공급 시점의 땅값만 두고 업체가 폭리를 취했다고 발표한 것은 무책임하다”고 반박하고 나서, 앞으로 ‘분양값 거품’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땅값은 평당 20만원 상승, 분양값은 200만원 올라=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용인·화성·판교 등 수도권 택지지구 땅값은 최근 5년 동안 평당 20만원 올랐다. 그러나 분양값은 10배인 평당 200만원이나 폭등했다. 건설업체들이 분양값을 높게 책정해 폭리를 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대목이다.
실제로 용인 죽전·동백, 화성 동탄, 용인 신봉동천 등 네 지구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택지비(평당 171만~191만원)와 표준건축비(211만~288만원) 등은 큰 변동이 없었지만 분양값은 580만원에서 776만원으로 매년 50만원 정도 올랐다. 특히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졌던 하남 풍산지구의 택지비는 평당 434만원이었지만 분양값은 1230만원으로, 동탄의 평당 분양값 776만원보다 무려 454만원을 더 받았다.
분양값에서 택지비를 제외한 차액은 하남 풍산이 796만원으로 화성동탄(587만원)이나 성남판교(544만원)보다 209만~252만원 높았다. 33평형 기준으로 분양값이 최고 8천만원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토지공사 쪽은 “아파트 분양가격이 시세 위주로 책정돼 주변의 기존 아파트 가격상승을 견인하고, 다시 새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 주변 집값 재상승 등의 악순환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최근의 집값 상승은 업체들이 분양가를 과도하게 올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행사들이 땅을 사서 건설업체에 시공을 주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분양값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편, 원가연동제를 처음 도입한 화성 동탄지구를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결과, 원가연동제가 최소 10% 이상의 분양값 상승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토공 쪽은 밝혔다. 특히 성남 판교새도시는 원가연동제로 건축비가 전면 통제되면서 택지비 비중(53%)이 크게 높아져 상대적으로 이윤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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