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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금폭탄 아직 멀어”…꾸준한 정책집행이 열쇠
시장 “정부 바뀌면 규제 풀릴것” 집값상승 기대 여전
시장 “정부 바뀌면 규제 풀릴것” 집값상승 기대 여전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은 아직 시작도 안됐다. 세금 폭탄 아직 멀었다.”(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규제 위주의 대책이라 약발이 다됐다.”(부동산 중개업자)
8·31부동산종합대책’에 이어, 후속인 3·30대책까지 나온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놓고 정부와 부동산시장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종부세 부과, 양도세 중과 등의 세제 강화 조처가 현실화하면 ‘집값은 잡힌다’는 정부 쪽과 공급이 아닌 규제 위주 정책으로는 오름세를 못잡는다는 시장의 주장이 갈수록 정면으로 부닥치고 있다. 전문가들의 진단도 엇갈리는데, 부동산은 이제 ‘시간싸움’이라는 건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가 합리적인 보완책을 내면서 정책을 바꾸지 않고 일관되게 법을 집행해 나가면 정부 쪽에, 경기 침체나 정치적 이유로 부동산 정책을 바꾸면 시장에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세제 강화는 아직 현실화 안돼=8·31, 3·30대책으로 제·개정한 법은 무려 16개다. 뼈대는 실거래가를 기본으로 집값 상승으로 인한 이익은 세금으로, 재건축 이익은 개발부담금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종부세 부과(연말), 양도세 중과(내년 1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9월) 등 직접 돈으로 내야할 것들은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6억원 이상 주택으로 대상이 강화된 종부세는 과표가 올해 70%. 2008년 90%, 2009년에는 100%다. 따라서 보유세 비율을 2% 정도로 볼 때, 2009년이면 20억원 짜리 주택은 대략 4천만원 정도의 보유세를 내야한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9일 “집 부자들이 조세부담을 느끼면서도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1~2년은 버틸수 있겠지만 3~4년을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며 “2009년이면 8·31, 3·30으로 이어진 부동산 대책의 누적 효과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1월부터는 집을 팔면 실거래가 기준으로 양도세를 부과하고 2주택 이상은 중과(50%)하는 것도 집 부자들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가 ‘세금폭탄 아직 멀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일치하는 셈이다.
반면,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대책이 발표되면 80%는 즉시 시장에 반영된다”며 “정부가 바뀌거나,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거래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규제 정책을 풀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이상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팔문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은 “종부세로 거둔 세금은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도록 돼 있어, 정권이 바뀌어도 법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종부세를 내야할 대상은 서울 강남권이 대부분이지만 혜택은 골고루 나눠갖도록 돼 있어 법을 바꾸려면 지역의 거센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관망 중이다.
토지 쪽은 8·31효과 나타나=지난 3월 전국의 토지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필지 수는 6.5%, 면적은 29.7% 감소했다. 특히 투기 대상이던 농지는 37.3%, 임야는 7.6% 줄었다. 1월(면적 기준 -28.5%), 2월(-18.4%)도 거래가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땅 투기 열풍은 이제 완전히 식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진단이다. 토지는 그동안 부자들의 장기 투자처로 인식돼 왔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땅 부자들까지 팔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 토지 쪽은 8·31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땅을 팔려고 하는 사람은 많은데 사려는 사람은 아예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격 하락이 아직 두드러지지 않고 있는 건 양도세 중과까지 6달 이상 시간이 남아있는 데다, 어차피 물건을 내놓아도 살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내년부터는 부재지주의 양도세율이 종전 9~36%에서 60%로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10~30%)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양도세 중과 전까지 팔려는 매물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오면,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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