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부동산 ‘100만달러 투자’ 허용 의미
외환자유화의 ‘뜨거운 감자’였던 투자목적 국외부동산 취득이 앞당겨 허용됨에 따라 앞으로 ‘부동산 투자의 국제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처는 급격한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지만, 거품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서울 강남 집값 안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문의전화 폭주“ 전문투자업체들 들썩
변칙상속 악용 소지도 국외부동산 투자, 물꼬 터질까?=‘투자용 국외부동산’이란, 본인이 외국에 살지 않으면서도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또는 월세 수입 등을 위해 구입하는 집이나 땅을 말한다. 이번 조처로 자녀들을 외국에 유학 보내고 자신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주거용과 투자용을 겸한 형태로 주택구입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자녀와 함께 외국에서 사는 ‘기러기 부모’들의 주거용 국외부동산 구입은 이미 자유화됐다. 또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점점 강도를 더해 가면서 국외부동산 투자가 새로운 대체투자수단으로 높은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국외부동산 전문 투자업체 ‘루티즈 코리아’의 임채광 팀장은 18일 “발표 내용이 알려진 오후부터 문의전화가 크게 늘었다”며 “지금까지도 투자용 부동산에 대한 고객 문의가 많았는데, 앞으로 해외부동산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단기 부동자금은 충분한 상태여서 투자여력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권용규 우리은행 외환서비스센터 과장도 “주거용 허용 때와는 달리 해외부동산 매입 건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이 50만~100만달러(약 5억~10억원)에 집중돼 있어 취득한도는 큰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환율·집값 안정에 도움?=이번 조처는 환율 하락과 강남 집값 거품 붕괴 등이 이슈화되고 있는 시점에 발표됐다. 당장 자본수지 적자를 끌어내 환율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규모가 하루평균 290억달러에 달하고, 외환자유화 조처가 외환시장을 계속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됨에 따라 규모가 작은 국외부동산 취득이 환율 변동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부동산업계에선 “종합부동산세보다 강남 집값 안정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 부동산 시장이 우리보다 먼저 거품이 빠지고 있는 시점이라 투자결정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상속·증여세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시점에서 투자용 국외부동산 취득이 탈세 목적의 변칙 상속·증여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없지 않다. 권태호 석진환 기자 ho@hani.co.kr
원화 국제화?
“국제상거래서 달러처럼 사용…” 바람섞인 조처
원화의 국제화란 원화가 미국 달러화처럼 국제적인 상거래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원화의 국제화 수준은 매우 미미하다. 동남아시아나 중국·일본 등의 관광지 등에서 기념품 같은 물건을 살 때 원화 결제가 일부 가능한 정도다.
정부의 원화 국제화 추진방안은 국내외에서 원화가 자유롭게 이용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원화의 국제화 수준을 앞당겨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핵심 내용은 △비거주자(외국인)의 원화 차입 한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확대 △시카고선물거래소에 원-달러 선물상품의 상장 추진 △원화의 수출입한도 1만달러에서 100만달러로 확대 △원화채권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 25%에서 14%로 하향조정 등이다.
원화 차입은 외국인들이 국내 은행에서 원화를 빌리는 것이다. 원화차입 한도 확대는 외국인의 원화 보유 기회를 넓혀주겠다는 취지다. 원-달러 선물상품의 시카고선물거래소 상장 추진은 역외선물환시장(NDF)이라는 장외시장에서만 거래되고 있는 원-달러 선물상품을 정형화된 시장에서 거래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4시간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는 원-달러 시장이 있어야 외국인들도 상거래에 원화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카고선물거래소 상장이 성사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의 수출입이란 ‘원화’라는 물건을 컨테이너에 실어 수출입한다는 것이다. 원화로 거래하려는 외국의 수출입업자나 원화에 대한 투자를 하려는 투자자가 주대상이다. 변재영 한국은행 국제기획팀장은 “국내 수입업자가 원화로 거래하면 환율 변화에 따른 위험이 없어지지만 외국의 거래업체가 응해주지 않는 게 문제”라며 “국내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거나 원화의 국제거래가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가 국제화되면 결제통화로 많이 사용돼 환위험을 예방하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국내외 금융시장 간 구분이 없어짐으로써 외부 충격에 쉽게 노출되고, 국내 경제여건이 약해지면 국외 투기자금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는 부작용도 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변칙상속 악용 소지도 국외부동산 투자, 물꼬 터질까?=‘투자용 국외부동산’이란, 본인이 외국에 살지 않으면서도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또는 월세 수입 등을 위해 구입하는 집이나 땅을 말한다. 이번 조처로 자녀들을 외국에 유학 보내고 자신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주거용과 투자용을 겸한 형태로 주택구입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자녀와 함께 외국에서 사는 ‘기러기 부모’들의 주거용 국외부동산 구입은 이미 자유화됐다. 또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점점 강도를 더해 가면서 국외부동산 투자가 새로운 대체투자수단으로 높은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국외부동산 전문 투자업체 ‘루티즈 코리아’의 임채광 팀장은 18일 “발표 내용이 알려진 오후부터 문의전화가 크게 늘었다”며 “지금까지도 투자용 부동산에 대한 고객 문의가 많았는데, 앞으로 해외부동산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단기 부동자금은 충분한 상태여서 투자여력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권용규 우리은행 외환서비스센터 과장도 “주거용 허용 때와는 달리 해외부동산 매입 건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이 50만~100만달러(약 5억~10억원)에 집중돼 있어 취득한도는 큰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환율·집값 안정에 도움?=이번 조처는 환율 하락과 강남 집값 거품 붕괴 등이 이슈화되고 있는 시점에 발표됐다. 당장 자본수지 적자를 끌어내 환율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규모가 하루평균 290억달러에 달하고, 외환자유화 조처가 외환시장을 계속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됨에 따라 규모가 작은 국외부동산 취득이 환율 변동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부동산업계에선 “종합부동산세보다 강남 집값 안정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 부동산 시장이 우리보다 먼저 거품이 빠지고 있는 시점이라 투자결정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상속·증여세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시점에서 투자용 국외부동산 취득이 탈세 목적의 변칙 상속·증여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없지 않다. 권태호 석진환 기자 ho@hani.co.kr
원화 국제화?
“국제상거래서 달러처럼 사용…” 바람섞인 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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