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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번호표 한 장에 300만원” 떴다방 몰려 투기장 방불

등록 2006-05-24 19:01수정 2006-05-24 19:21

계약 미달 사태를 빚었던 판교 민영 임대아파트의 선착순 계약이 시작된 24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주택전시관에 마련된 한 건설업체 본보기집에서 계약 순서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번호표를 거래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계약 미달 사태를 빚었던 판교 민영 임대아파트의 선착순 계약이 시작된 24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주택전시관에 마련된 한 건설업체 본보기집에서 계약 순서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번호표를 거래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본보기집 전날밤부터 줄서 북새통
업자·계약자들 “그래도 판교인데…”
[현장] 판교 임대아파트 선착순 분양 첫날

“번호표 한 장에 300만원 드립니다~.”

24일 오전 10시30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주택전시관에 마련된 판교 새도시 민영 임대아파트 본보기집 주변은 전날 밤부터 줄을 선 사람들에게 ‘떴다방’ 업자들이 몰려들어 공공연히 흥정을 걸어왔다. 꼬리를 물고 늘어선 사람들 사이에선 “그래도 판교인데, 한번은 베팅해 봐야지…”라는 속삭임도 들려왔다. 명절 대목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이곳에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판교 민영 임대아파트는 터무니없이 비싼 보증금(1억6천만~2억4천만원)과 월임대료(35만~59만원) 때문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한 서민들과, 판교에서 쫓겨난 ‘대가’로 특별공급을 받은 철거민들까지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 했다. 결국 1692가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867가구가 미계약으로 남았다.

이처럼 무주택 서민이나 영세민들한테는 ‘그림의 떡’에 불과했던 판교 임대아파트의 사정은 선착순 계약 첫날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주택이나 청약통장 보유 여부에 관계없이 선착순 계약을 시작하자 ‘떴다방’ 업자들까지 몰려들어 임의로 정한 계약순서 번호표까지 거래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3평형과 32평형 각각 50여가구의 선착순 계약에 몰려든 사람들은 300여명. 이 가운데 50여명은 전날부터 침낭을 챙겨 밤샘 대기에 들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손아무개(48·여)씨는 “아무리 임대료가 비싸다고 하지만 분명히 시세 차익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함께 줄을 선, 떴다방 업자로 보이는 40대 후반의 남자는 “그래도 판교 아파트인데 일단 받고 봐야 되는 것 아니냐”며 투기를 부추기기도 했다.

무주택 서민과 거리로 나앉는 철거민들의 눈물이 밴 ‘보금자리’가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한 셈이다. ‘판교개발 세입자 대책위원회’ 이효재(46) 위원장은 “서민을 위한 정부라고 떠들더니 서민들은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집을 지어놓고 결국 투기세력에게 모든 것을 넘겨주는 꼴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북새통이 벌어져도 이날 오전 부동산 투기 단속반은 눈에 띄지 않았다.


성남/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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