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상승률 둔화…재건축은 내림세로
거래 부진속 매수·매도 희망가 최대 3억 격차
거래 부진속 매수·매도 희망가 최대 3억 격차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석 달 만에 떨어지는 등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지역(버블 세븐)의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다. 일반 아파트도 거래 부진 속에 부르는 값과 매수 희망 값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고 매도 호가 자체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건설교통부가 내놓은 ‘최근 주택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주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평균 -0.6%로, 지난 2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방침이 나온 지 석 달 만에 내림세를 보였다. 강남구가 -0.4%, 서초구가 -0.3%, 송파구가 -0.8%로 일제히 떨어졌다. 3주 전에 강남 1.6%, 서초 1.7%, 송파 0.7%씩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일반 아파트값 상승률도 지난주 강남구가 0.3%에서 0.1%로, 서초구가 0.5%에서 0%, 송파구가 0.2%에서 0.1%로 둔화됐다. 재건축 아파트값이 정부 규제로 떨어지면 인근 아파트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잦아들어, ‘거품’ 지역의 집값 조정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민간업체 조사결과도 같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주(0.33%)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0.15%로 3·30 대책 이후 가장 낮았다.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0.16%)도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건설교통부는 “거품 논란이 불거진 강남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며 “강남 재건축을 시작으로 하락세가 주변지역으로 곧 파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값 거품이 빠지는 현상은 시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강남의 부동산 중개인들은 “매도 호가가 떨어지고, 집을 사려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며 “시장이 이미 매도자 우위에서 매수자 우위로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매도 호가와 매수 희망가 사이의 차이가 적게는 3천만원, 많으면 3억원까지 벌어지고 있다. 강남 개포주공 1단지 13평형의 경우 3주 전까지만 해도 호가가 6억8천만~7억원이었지만, 지금은 6억5천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마저도 6억원 정도에 사겠다는 매수자만 있어 가격은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 강남 대치동 은마 31평형은 10억3천만원에서 1억원, 청실아파트는 2천만 이상 값이 빠지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하이페리온 1차 68평형은 매도 희망 가격이 25억원인 반면, 매수 희망 가격은 22억원 선으로 3억원 가량 차이가 있다. 분당새도시 아데나루체 주상복합아파트 59평형도 호가는 16억5천만원이지만 15억원 이하에서도 거래가 없다.
강남구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 “집값 하락기에는 거래가 안 되고 호가와 실거래가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 특징”이라며 “거품 논쟁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급 주택이 밀집한 서울 성북동의 오리엔트 부동산 박현숙 이사는 “지난해 8·31 대책이 나온 이후 강남 사람들의 강북 고급 주택들에 대한 문의가 늘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실제 계약체결이 이뤄지고 있다”며 강남 이탈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석진환 허종식 기자 soulfat@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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